계엄 후 60조 쏟아부은 한은… 코로나 1년치보다 많아

입력 2025-01-13 18:46 수정 2025-01-14 00:10

한국은행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매입한 환매조건부채권(RP) 총액이 60조원을 넘어섰다. 전세계적 코로나19 유행으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던 2020년 한 해 전체 매입액보다 많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에만 47조6000억원 규모의 RP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첫해였던 2020년 전체 RP 매입 총액인 42조3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올해도 1월 들어 지난 7일 15조원 규모의 RP를 추가 매입했다. 비상계엄 후 총 매입액만 62조6000억원에 이른다. 한은의 RP 매입은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을 뜻한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을 매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를 되팔아 다시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식의 거래다. 금융 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장 안정을 위해 주로 실시된다.

한은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적극적인 RP 매입에 나섰다.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진 비(非)정례 RP 매입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도 4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일명 F4회의)에서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이 2024년 한 해 동안 사들인 RP 매입 규모도 10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매입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한은은 지난해 1~11월 58조5000억원의 RP를 매입했는데, 11월에만 18조500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이 기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고,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던 때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지난해 12월은) 국내에선 정치적 위험이 크고,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혼란한 상황이라 금융·외환 시장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