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권하면 어떻게 되겠냐’는 식의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내고 있다. 민주당의 강성 색깔을 부각해 ‘이재명 포비아(공포증)’를 자극하는 게 여권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는 여론전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국민의힘 판단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로 내란 선전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고발하기로 한 것을 지적하며 “이런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공포정치가 펼쳐질지 아찔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번 ‘카톡 검열’ 발언은 민주당의 독재 본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이재명 세력이 야당일 때도 이 정도인데 만에 하나 집권한다면 독재적 행태가 더욱 극단화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당의 ‘투 톱’이 일제히 이 대표 집권을 가정하며 민주당의 강경 이미지를 강조한 메시지 전략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대위 회의장 배경 현수막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애도 메시지 대신 ‘국민기만, 사기탄핵’ 문구로 변경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대야(對野) 공세로의 전환을 시사하며 보수 지지층으로 다시 손을 내민 것이다.
여당의 스탠스 변화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민주당과 근접하게 따라붙는 상승세를 보인 것과도 연결돼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조사(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 대상)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40.8%로 민주당(42.2%)과 오차범위(±3.1% 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양당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건 지난해 9월 셋째주 이후 16주 만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계엄 이후 의석수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모습만 보이면서 ‘저런 정당에 정권까지 안겨줘도 괜찮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상승세에 표정 관리를 하며 소속 의원들에게 입조심을 당부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께서 우리 당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지지해 주시는 게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이재명 세력의 폭주에 맞서 올바른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절규 어린 호소”라고 말했다.
이종선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