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업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감이 누그러진 틈을 타 하이브리드차 공세를 펼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현대자동차·기아는 일본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적진에서 펼치는 ‘자동차 한일전’에선 일단 일본이 판정승한 모습이다.
지난해 수입차 브랜드는 한국에서 하나같이 쓴맛을 봤다. 13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수입차 1위 BMW는 1년 전보다 판매량이 5.0% 감소했다. 메르세데스 벤츠(-13.4%), 볼보(-11.6%), 아우디(-47.9%), 포르쉐(-27.1%), 폭스바겐(-19.3%), 미니(-19.8%), 랜드로버(-11.6%) 등 주요 수입차 업체들이 줄줄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다만 일본차는 사정이 달랐다. 렉서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량 1만3969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3.0% 끌어올리며 수입차 ‘톱5’에 올랐다. 토요타는 14.4% 증가한 9720대를 팔았다. 혼다는 2508대를 판매해 무려 81.1%나 판매량을 늘렸다.
일본 기업들은 2019년 ‘일본 불매 운동(노 재팬)’ 이후 고전했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에서 2020년 7.5%, 2021년 7.4%, 2022년 6.0%, 2023년 8.7%로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2023년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본격화하면서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끈 것도 일본 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반면 현대차·기아의 일본 판매량은 지지부진하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량 607대를 기록했다. 전년(489대)보다 24.1% 증가했지만 전체 판매량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 소비자들은 자국주의 소비 성향이 강해 ‘수입차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그런 일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차는 내연기관차를 과감히 버리고 전기차로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일본에 출시한 자동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코나 일렉트릭, 수소차 넥쏘뿐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유독 느린 전기차 전환 속도가 현대차 판매량 확대에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5만9736대로 전년보다 33%가량 줄었다. 전체 완성차 가운데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일본에서 100% 온라인 판매만 하고 있는 것도 당장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힘든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당장 판매량을 끌어올리기보단 언젠가 다가올 친환경차 시대를 대비해 전동화 선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일본법인은 지난 6일 현지 업계에 잔뼈가 굵은 시메기 도시유키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르면 3월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을 출시한다. 지난 10일 ‘2025 도쿄 오토살롱’에서 처음 공개했다. 도로가 좁아 소형차 판매 비중이 높은 일본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