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LA 산불 두고 “무능한 민주당 정치인들” 맹공

입력 2025-01-13 18:54 수정 2025-01-14 00:20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서부 해변의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12일(현지시간) 화재로 모든 것이 파괴된 주택단지를 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이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며 계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을 겨냥해 연일 “무능하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측근들도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로 민주당을 공격 중이다. 민주당도 “재난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반박하는 등 LA 산불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민주당 간 대결 정치의 ‘예고편’이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LA 산불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무능한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천 채의 멋진 집이 불타고 있고 죽음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것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앙 중 하나인데 그들은 불을 끄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냐”고 따졌다.

트럼프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엑스에서 “개빈 뉴섬 주지사와 캘리포니아 민주당이 약탈을 비범죄화했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하며 조롱하는 듯한 이모티콘을 남겼다. 산불 발생 이후 일부 지역에서 약탈이 벌어지자 민주당이 이를 방조했다는 비판이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에게 피해 상황 조사 등을 위해 현장 방문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어 “나는 자연재해를 정치화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글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앞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아이들은 학교를 잃었다. 그(트럼프)는 이것을 정치화하길 원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뉴섬은 머스크를 향해서도 “약탈이 비범죄화됐다는 거짓말로 약탈을 조장하는 것을 멈추라”며 “약탈은 항상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산불 발생 직후부터 민주당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트럼프는 지난 8일 “이 모든 것은 그(뉴섬)의 책임이다. 무엇보다 소화전과 소방용 비행기에 공급할 물이 없다. 진정한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LA 팰리세이즈 지역의 다수 소화전 등에서 물이 고갈돼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두고 뉴섬이 이끄는 주정부의 대비태세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민주당 소속 캐런 배스 LA 시장이 산불이 발생한 7일 가나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아프리카 출장 중이었던 사실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취임 전에는 해외출장을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배스 시장이 지난 1년간 해외출장을 최소 네 차례 다녀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특별임무 특사’로 지명된 리처드 그레넬은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극좌 정책은 말 그대로 우리를 불태우고 있다”며 “상식적인 물 관리와 산림 정책을 펴지 않는 사람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정면충돌을 피하는 모양새다. 화재 지역 재건을 위해선 연방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곧 취임하는 트럼프의 협조 없이는 재건이 어렵기 때문이다. CNN은 “캘리포니아의 민주당원들은 산불이 확산하면서 트럼프와의 새로운 충돌을 미리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산불로 현재까지 최소 2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실종됐으며 1만2000채가 넘는 건물이 소실됐다. 소방 당국이 화재 진압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번 주에도 돌풍이 불 것으로 예보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