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와 금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가치가 연일 치솟고 있지만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회피 심리가 다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 금 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의 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06% 오른 13만5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전(12만4500원)보다 4.88% 오른 가격이다. 글로벌 시장의 국제 금 현물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해 1월 2일 온스당 2059.05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금 가격은 10월 30일 2787.48달러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은 뒤 등락을 반복하다 새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도 고공행진 중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2월 19일 108선을 돌파한 뒤 지난 2일 109 이상으로 뛰었다. 통상 금 가격은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달러 가격이 높을 땐 달러 현금이나 미국 국채 등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돼 대체재 성격인 금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과 달러 가치가 함께 오르는 이례적 현상이 트럼프발 공포 심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 후 본격화할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시작 이후 자산시장의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에 대한 투자 수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강력한 미국의 경제지표에 따른 달러 강세와 인플레이션 우려,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달러와 금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 시티그룹은 2025년도 금 시장 전망에서 금값 목표가격을 온스당 3000달러 안팎으로 제시하며 귀금속·원자재 가운데 투자 성과가 가장 유망한 자산으로 꼽았다.
남 본부장은 “달러의 추이만 보기보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전쟁 종식 여부 등 정책을 면밀히 따져야 할 것”이라며 “정책이 시행되기까지, 그 정책을 시장이 믿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 1분기 정도는 금 가격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