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의 심문 영상이 공개됐다. 올해 20세로 앳된 목소리를 가진 북한군 포로는 “여기서 살고 싶다”며 우크라이나 귀순 의사를 밝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한 듯 심문관에게 “집에는 안 보내주겠지요”라고 물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포로 교환을 제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엑스에 북한군 포로 2명을 심문하는 2분54초 분량의 영상을 올리며 “이들 외에도 북한군 병사는 더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군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심문 영상에 등장한 포로 2명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엑스에 사진으로 공개된 인물들과 일치한다.
심문은 우크라이나어 질문을 한국인이 통역하면 북한군 포로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조사에서 20세 소총병으로 파악된 포로는 전장 투입 전까지 러시아 파견 목적을 훈련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싸우는 것을 몰랐느냐’는 심문관의 질문에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북한군 지휘관의 지시 내용을 묻는 말에는 “훈련을 실제(실전)처럼 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3일 전장에 배치됐고, 동료 병사들이 바로 옆에서 사망하자 방공호에 숨었다가 이틀 만에 부상당했다고 생포 전까지의 상황을 진술했다.
그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다 좋은가”라고 물었고, 한국어 통역사가 ‘우크라이나는 좋은 곳’이라고 하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여기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통역사가 ‘여기서 살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최대한 말해 보겠다’고 제안하자 “집에는 안 보내주겠지요”라고 물었다. 북한 송환을 바라는 본심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집에 가라면 가고, 남으라면 남겠느냐’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26세인 다른 북한군 포로는 턱을 다쳐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만 움직이는 식으로 심문에 응했다. 그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지만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다시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SBU는 전날 “이 포로를 필담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에 우크라이나어와 영어, 한글로 각각 작성한 글에서 “러시아에 붙잡힌 우리 병사들과의 포로 교환을 주선해준다면 김정은에게 북한군 병사들을 넘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또 “북한군 포로들이 귀환을 원하지 않으면 다른 선택지를 줄 수 있다”며 “전쟁의 진실을 한국어로 알리는 사람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로가 원할 때는 물론 협조하는 북한인에게도 우크라이나 귀순이나 제3국 망명을 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