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정해주니 맞춤 자료 생성 척척… 작은 교회들 기대감

입력 2025-01-14 03:00
게티이미지뱅크

다음세대 양육의 좋은 기회인 겨울방학이지만 재정적·인적 여건이 부족한 작은 교회들은 겨울성경학교 운영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제한된 자원으로 교재를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작은 교회의 고충을 덜어줄 보조자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개척한 서울 은평구 내숲길교회(김용섭 목사)도 그런 경우다. 교육부서엔 초등학생 3명이 전부인데, 이들을 위해 겨울성경학교를 운영하고 싶지만 교회 내 목회자도 김용섭 목사 한 명뿐이다. 김 목사는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중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목회하다 보니 성경학교 교재, 활동자료 등을 구매하는 데 재정적·체력적 한계가 있다”며 “전담 교사 자원이 부족해 체계적인 겨울성경학교 운영은 어려웠다”고 전했다.


교육부서 목회자가 있어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경기도 소재 한 교회의 송지영(가명·54) 전도사는 총회 겨울성경학교 자료가 아직 제작되지 않아 이를 무기한 기다리며 성경학교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송 전도사는 “총회 자료를 기다리느라 교회의 사정이나 일정에 맞춰 성경학교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들 교회가 AI를 활용해 겨울성경학교 캠프 자료를 제작한다면 어떨까. 실제 올해 한국교회 신년표어 중 하나인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주님의 사랑으로 행하라’를 주제로 AI에 성경학교 공과교육과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해 봤다. 첫 단계는 사용자와 AI가 상호작용할 때 사용하는 명령어인 프롬프트 제작이다. 캠프 기간(2박3일)과 참여 대상(5~13세)과 공과공부 횟수(3회)를 지정하고 공과공부 내용 제작, 주제찬양 추천, 보조자료(그림, 율동, 후속활동) 요청, 교사용 교재 제작 등을 명령어에 넣었다.

프롬프트를 받은 AI는 단계별로 자료를 생성하며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주제에 맞는 성경구절(마 22:37~39)을 중심으로 공과 내용을 제시했으며 주제 찬양으로 ‘하나님은 너를 만드신 분’을 추천했다. 보조자료로 그림 자료와 율동 영상, 후속활동 등 교육 자료를 제공했다. 결과물에는 영상자료와 그림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 링크가 포함돼 있었고 사이트 내 자료 활용을 돕기 위해 공과 교재와 내용에 맞는 검색 키워드를 구체적으로 안내한 점도 돋보였다.

이러한 활용 가능성에 대해 작은 교회 현장에선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김 목사는 “지금의 교회학교 아이들은 AI와 함께 자라는 멀티세대”라면서 “AI를 통해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눈높이에 맞는 성경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AI가 좋은 보조자가 되려면 얼마나 신중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선교연구원 교회와디지털미디어센터장 조성실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AI를 활용해 시간 절약과 효율성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프롬프트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여러 번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질문을 세부적으로 조정할수록 원하는 답변과 가까운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래목회전략연구소 대표 서경원 목사도 “AI를 활용하면 개교회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자료를 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목사는 “‘동화책 수준으로 만들어줘’처럼 구체적인 예시 문장과 표현을 넣으면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제언했다.

특히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본문 선정은 목회자나 성도가 성령의 조명을 통해 깊이 묵상하며 신학적으로 재정립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서 목사는 “AI의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도구일 뿐”이라며 “AI가 제공하는 자료가 교리상 문제는 없는지 검토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박윤서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