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이 앞장서서 가짜뉴스 퍼뜨려서야…

입력 2025-01-14 01:20

탄핵 사태 혼란을 틈탄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이 앞장서서 사실을 부풀리거나 미확인 소문을 퍼뜨리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화통신이 포함된 외신과 비밀 회동했다. 신화통신은 중국 첩보기관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당일 이 대표는 일본 9개, 영미권 6개, 중국 2개 매체와 간담회를 했는데, 마치 친중 비밀 회동을 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외신 기자단은 “공부 모임에 비밀 회동 음모론을 제기했다”며 항의문을 발표했다. 이 특위는 지난 5일엔 탄핵 찬성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해 혼수상태가 됐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앞서 같은 당 김민전 의원은 ‘탄핵 찬성 집회에 다수의 중국인이 참여하고 있다’는 극성 지지자의 글과 중국인 시위 사진을 SNS에 올렸다. 하지만 장소나 인물의 국적도 확인되지 않은 사진으로, 출처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글을 내렸다.

가짜뉴스 생산에는 민주당도 뒤지지 않는다. 안규백 의원은 지난 8일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을 나와 제3의 장소로 도피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도주설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제기됐지만 당일 윤 대통령이 관저에 있는 모습이 포착돼 결국 하루도 안 돼 가짜뉴스임이 들통났다. 민주당은 경호처장의 ‘실탄 발포 명령’,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미 대사에 계엄 불가피설 강변’ 등의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경호처와 대통령실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고, 민주당은 아직 추가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제도권 정당이 가진 공신력이 오히려 가짜뉴스 유포에 더 악용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공당이 퍼뜨리면 유언비어도 진짜처럼 오도될 수 있어 여느 가짜뉴스에 비해 그 폐해가 훨씬 더 클 수 있다. 특히 진위를 가릴 만한 인력과 조직이 있는데도 확인도 안 하고 퍼 나르기에 급급하는 건 더더욱 무책임하다. 정당부터 이러니 지금 온라인이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일 테다. 여야 모두 대오각성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