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R&D 투자 심리 ‘역대 최악’… 진단 지수, 대기업이 더 떨어졌다

입력 2025-01-14 01:18

올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심리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역대 최악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지난해 12월 연구소를 보유한 국내 500개사를 대상으로 R&D 투자 심리 지수(RSI)를 조사한 결과, 79.6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산기협이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RSI가 90 이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91.2)보다 낮은 수치다. RSI는 100 이상이면 R&D 투자가 전년 대비 증가, 100점 미만이면 감소를 의미한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조사 당시 RSI는 94.6이었다. 한 달 만에 15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산기협은 “조사는 통상 전년도 11월에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12월 초 국내 정치 환경이 급변해 재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 RSI가 전월 대비 17.3포인트 내린 80.3을 기록했다. 전년보다는 15포인트 하락했다. 중견기업은 전월 대비 10.7포인트 떨어진 85.6, 중소기업은 14.2포인트 내린 73.8이었다.

산업별 RSI는 건설(-30.9포인트), 정보통신(-28포인트), 서비스(-27포인트), 화학(-21.5포인트) 분야에서 낙폭이 컸다. 산기협은 “대부분 산업에서 11월보다 12월 조사 결과 투자 전망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두드러졌다”며 “기업들은 내수 부진에 더해 국가 신인도 문제, 국제 관계 불안 등으로 R&D 투자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말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선 68%가 투자 계획이 ‘미정’(56.6%)이거나 ‘없다’(11.4%)고 답했다. 올해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32.0%) 가운데 투자 규모를 묻는 항목에서는 59.0%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고, 전년보다 축소(28.2%)가 확대(12.8%)한다는 응답률을 앞섰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