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나훈아

입력 2025-01-14 00:40

나훈아는 대한민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중후한 저음과 특유의 고음, 그리고 소위 ‘꺾기’로 불리는 특유의 창법은 그를 모창하는 수많은 ‘가짜 나훈아’를 양산했다. 라이벌인 남진과 함께 1970년대를 양분했던 슈퍼스타로 히트곡만 100여곡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방송 출연을 거의 하지 않는 등의 신비주의 전략으로 그의 무대를 직접 본 이는 많지 않았다.

나훈아가 2000년대 이후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도 노래는 아니었다. 2008년 일본 야쿠자와 한 여배우를 놓고 시비가 붙어 음경을 절단당했다는 헛소문이 돌자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단상에 올라가 바지 지퍼를 내렸다. “제가 (바지를) 내려서 5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니면, 믿으시겠습니까?”라며 카메라 앞에서 증명하겠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팬들이 “믿는다”고 외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 일은 이후 연예기자들의 무차별 폭로, 확인되지 않은 루머 기사화 등에 경종을 울린 계기로 평가됐다. 그를 왜 ‘가황(歌皇)’이라 부르는지 의아해하던 젊은 세대들은 2020년 추석 연휴 KBS에서 방송된 그의 콘서트를 보고서야 이유를 확인했다.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그의 무대 장악력과 연출 능력은 압권이었고, 이후 그의 노래 ‘테스형’은 젊은 세대도 즐겨 부르는 애창곡으로 자리잡았다.

나훈아는 12일 공연을 끝으로 가수 인생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콘서트에서도 그는 ‘오른쪽 왼쪽’ 언급으로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0일 서울 공연 첫날 “왼쪽이 오른쪽더러 못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한 뒤 왼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라고 했다. 정치권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는데 스스로를 ‘왼쪽’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발끈하자 나훈아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다 문제라고 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마지막 곡을 마친 뒤 마이크를 드론에 매달아 날려보낸 건 그다운 마무리였다. 언행에 대한 평가는 나뉘겠지만 거침없는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그의 무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임에 틀림없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