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의 ‘리빙 레전드’ 김단비(아산 우리은행·사진)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더욱 업그레이드된 저를 막으며 체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시즌 새 팀을 찾아 떠난 옛 동료들에게 날린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조금의 애정이 섞였던 그의 경고 메시지가 현실로 다가왔다. 우승에 도전하려면 독보적 기량을 뽐내고 있는 ‘김단비’를 넘어야 할 판이다.
최근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독식한 김단비가 2024-2025 WKBL 정규리그에서도 압도적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단비는 13일 현재 평균 득점(21.2점)과 리바운드(10.6개), 블록슛(1.6개), 스틸(2.06개), 2점슛 성공(7.29개) 등 각종 주요 지표에서 1위를 휩쓸고 있다. 어시스트는 3.47개(5위)를 기록 중이다.
1990년생인 김단비는 프로에서 18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전혀 지치지 않은 모습이다. 올 시즌 17경기에 나와 풀타임에 가까운 평균 36분53초를 소화하고 있다. 득점과 리바운드, 블록슛, 출전시간은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20득점 이상을 해내고 있다. 시즌 초반 단일리그 기준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3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올리기도 했다.
한 차례 위기도 있었다. 김단비는 1,2라운드 MVP를 휩쓸었지만 팔꿈치 부상 여파로 잠시 주춤했다. 우리은행은 김단비가 결장한 지난달 16일 인천 신한은행전에서 1쿼터 동안 1점도 올리지 못했다. 리그 최초의 ‘한 쿼터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이었다.
김단비가 다시 살아나면서 선두 추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은행(12승 6패)은 선두 부산 BNK(14승 5패)를 맹추격하고 있다. 전날 BNK를 73대 56으로 대파하면서 격차는 1.5경기로 좁혀졌다. 김단비는 27점 9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시즌 상대전적 2승 2패의 균형을 맞춘 우리은행은 강력한 우승 후보인 BNK에 맞설 대항마로 꼽힌다.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은 해외 무대로 진출한 박지현, BNK와 신한은행으로 이적한 박혜진, 최이샘 등 우승 멤버들이 대거 이탈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버티는 김단비를 중심으로 심성영, 한엄지, 이명관 등 주축 선수들이 뭉친 덕분에 2위를 달리고 있다.
김단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건 우리은행의 고민이지만 시즌 도중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 김단비는 “최근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생각도 들지만 계속 두들겨 보겠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