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정말 돌아왔다. 오는 20일 공식 취임을 앞둔 트럼프의 각종 발언과 정책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할 수 있다고 시사하는 예상치 못한 행보에 이어 보편적 관세 추진을 위해 ‘국가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가경제 비상사태란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하는데 미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은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가 어떤 상황을 비상사태 근거로 삼을지는 미지수지만 상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취임 직후 ‘국가경제 비상사태’ 선언과 함께 보편적 관세 도입,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로 상징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는 1기에 비해 한층 강력히 추진될 것이다. 중국은 물론 동맹과의 외교적 갈등 심화 속에 우려되는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 변동성 역시 확대될 것이다. 무엇보다 금리와 달러화가 요동칠 수 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지난해 9월 이후 1% 포인트 인하했지만 미국 국채 금리는 금리 인하 이후 약 1% 포인트 상승하는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 예외주의로 상징되는 경제 호조와 함께 잠잠해지던 물가가 다시 들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의 관세 및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 등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연준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잠정 중단할 태세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국채 금리 상승은 슈퍼 달러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로, 파운드, 엔 등 주요국 통화가치가 동반 급락하는 가운데 신흥국 통화 가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급락한 원화 가치가 더욱 불안해질 수도 있는 잠재적 위험이다.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등 주요 IT업체 주가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발언에 따라 울고 웃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좌지우지하는 엔비디아 CEO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의 위상이 크게 약화됐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초격차를 내세우면서 압도적 공급자 입지를 갖고 있던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어느 순간 수요자 눈치를 보는 공급자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해 초 한국의 전체 시가총액은 약 1조9000억 달러였고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1조200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초 한국 시가총액은 약 1조6000억 달러로 줄어든 반면 엔비디아는 약 3조5000억 달러로 한국 시가총액보다 배 이상 크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경쟁업체인 대만 TSMC의 올해 초 시가총액은 약 8790억 달러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3.5배에 달한다. 지난 1년간 인공지능(AI) 사이클 붐 속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 위상은 날개 없는 추락을 하면서 황 CEO의 한마디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및 중국 저가 공세 등으로 올해 국내 경기는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더욱 거세질 미국 경제 예외주의와 미국 주도의 AI 사이클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높일 것이 분명하다. 산업경쟁력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외풍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경제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 노력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