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니는 잘했나” 고별무대서도 거침없었던 나훈아

입력 2025-01-13 02:31
12일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 라스트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이 공연장에 걸린 나훈아 사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훈아는 이날 마지막 공연을 펼치고 58년의 가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연합뉴스

1970년대 한국 대중가요의 상징적인 존재로 한 시대를 풍미한 가황(歌皇) 나훈아가 58년 가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무대에서도 정치권을 향해 작심 비판을 하는 등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나훈아가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마지막 콘서트 ‘고마웠습니다’를 열고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박수칠 때 떠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미성이 숨어 있는 중저음과 콧소리, 꺾기 창법이 전매특허인 나훈아는 지난해 4월 인천을 시작으로 이어 온 마지막 전국 투어에서도 여전한 가창력과 쇼맨십을 뽐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무대에 오른 나훈아는 “날씨도 추운데 귀한 시간을 내주신 여러분 정말 고맙다”며 “여러분은 정말 내 마지막 공연에 오셨다. 절대 울지 않고 씩씩하게 더 신명나게 잘 하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나훈아의 가수 일대기를 정리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고향역’을 시작으로 ‘체인지’ ‘고향으로 가는 배’ ‘남자의 인생’ ‘물레방아 도는데’ ‘18세 순이’까지 여섯 곡을 쉬지 않고 불렀다. ‘18세 순이’를 부를 땐 분홍빛 망사 상의에 치마를 입고 플로어석을 뛰어다녔다.

나훈아는 “마지막에 서울로 와서 이 공연을 하려니 말 한마디 한마디 할 때 울컥울컥한다”며 “공연을 직접 연출하다 보니 스태프들에게 무섭게 한다. ‘우리가 힘들게 잘해야 온 사람들이 꿈을 많이 가지고 간다. 그러니 우리가 힘들게 하자’고 하면서 (스태프들을) 힘들게 한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털어놨다.

1967년 데뷔한 나훈아는 ‘무시로’ ‘갈무리’ ‘잡초’ ‘고향역’ ‘가지마오’ 등 120곡이 넘는 히트곡을 남겼다. 200장이 넘는 앨범과 3000여 곡의 노래를 발표한 그는 라이벌인 남진과 함께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남진은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면 나훈아는 서정적인 분위기와 야성적인 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6년 데뷔 40주년 공연을 마친 그는 2007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취소하면서 건강 이상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렸다. 2017년 11년 만에 컴백한 뒤에는 매년 신보를 발매하거나 콘서트를 열었다. 2020년 추석 연휴 KBS 2TV에서 방송한 공연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테스형!’을 불러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거침없는 발언을 하기로 유명한 나훈아는 마지막 공연에서도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야성’을 드러냈다.

나훈아는 서울 공연 첫날인 지난 10일 무대에서 “왼쪽이 오른쪽더러 못한다고 하더라”고 말한 뒤 자신의 왼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라고 말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소추 등으로 혼란스러운 정치권을 작심하고 비판한 것이다.

그는 “우리 어머니는 형제가 어떤 이유가 있어도 싸우면 안 된다고 했다”며 “하는 꼬락서니가 정말 국가를 위해서 하는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 지금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져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