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위기가 기회로? 보수 유튜버 ‘호황’

입력 2025-01-12 18:52 수정 2025-01-12 23:33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동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권현구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 한 달 넘게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철야 집회를 하는 지지자들에게 “유튜브로 보고 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한 것을 계기로 ‘보수 유튜브’의 영향력은 더 커지는 추세다.

12일 유튜브 채널 분석 플랫폼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보수 유튜브 신규 구독자와 조회수, 슈퍼챗(현금 후원)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일보는 보수 지지층에서 영향력이 큰 구독자 100만명 안팎의 유튜브 채널 4개(고성국TV·이봉규TV·배승희변호사·성창경TV)와 구독자 수 상위 채널 2개(진성호방송·신의한수)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진성호방송·신의한수·고성국TV·배승희변호사 4개 채널은 비상계엄 이전인 지난해 11월 신규 구독자 유입이 미미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많게는 7만명(배승희변호사)에서 적게는 2만명(진성호방송)의 신규 구독자가 유입됐다. 새해 들어서도 신규 구독자가 1만~4만명 늘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 시도가 본격화하면서 보수 유튜버들에 대한 후원이 급증하고, 이들 유튜브 방송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상계엄 사태 전후 영상 조회수 차이도 크다. 진성호방송의 12월 조회수(5205만회)는 11월(1447만회) 대비 3.6배 폭증했다. 신의한수(3.3배), 고성국TV·성창경TV(2.6배), 이봉규TV(2.5배)도 크게 늘었다. 최근 한 달간 슈퍼챗을 통해 1억원 넘는 수입을 올린 곳도 있다. 신의한수는 최근 한 달간 1억6967만원에 달하는 슈퍼챗을 끌어모았다.


이런 흐름은 비상계엄 사태 초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당초 비상계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시기에는 진보 성향 유튜버들이 비상계엄 ‘특수’를 누렸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12월 신규 구독자는 23만명으로 전월(2만명)에 비해 10배 이상 뛰었고, 조회수(9638만회)도 배 이상 증가했다. 김씨의 방송은 계엄 직후 첫 주 동안 슈퍼챗을 통해 9000만원의 이익을 냈다. ‘[팟빵] 매불쇼’도 11월에 비해 12월 신규 구독자와 조회수가 각각 3.3배(6만→20만명), 1.7배(4106만→7015만회) 늘었다.

진보 진영의 경우 김어준 등 소수의 ‘대형 스피커’ 외에는 진보 성향 방송 매체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유튜브 영향력이 강화된 모습을 보였다. 계엄 사태를 거치면서 보수 진영은 ‘태극기 집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왔던 개인 유튜브 채널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보수 유튜버의 영향력은 실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보수 집회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집회 참가자 상당수가 이어폰을 낀 채 유튜브 방송을 시청하거나, 실시간 채팅에 참여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현 상황을 판단하고, 채팅을 하면서 다른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보수 유튜버가 내놓는 콘텐츠의 상당수가 주장과 신념을 기반으로 지지자들의 확증편향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며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자고 주장한다. 부정선거 의혹과 중국인 개입설 등 음모론을 제기해 조회수를 올려 수익을 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페널티를 주지 않으면 유튜버들은 계속해서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할 것”이라며 “유럽처럼 플랫폼에 책임을 묻거나 콘텐츠 제작자의 수익 창출을 금지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보수 유튜버들을 내란 선동·선전 혐의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일부 유튜버를 경찰에 고발했다. 형법 90조 2항은 ‘내란죄를 범할 것을 선동 또는 선전한 자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만약 이들이 주요 피의자에 대한 증거인멸을 부추긴다면 증거인멸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것에도 특수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백원기 인천대 법학과 교수는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 행위를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언행에 선동과 선전의 죄를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 유튜버들의 행태는 표현의 자유 영역 내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재희 최원준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