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할 수도 없고… 尹 못 놓는 與, 조기대선 딜레마

입력 2025-01-12 19:02
박형수(가운데)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 개정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조기 대선’ 대비 문제를 두고 딜레마에 놓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당 차원의 대선 준비도 손 놓고 있을 수 없게 됐지만, 이런 모습이 자칫 탄핵 인용을 상정한 조치로 비칠 수 있어서다. 최근 보수 지지층 결집 기류도 감지되는 상황이어서 국민의힘은 당 전략기획특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조용한’ 대선 예열 모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당내에서 조기 대선의 ‘조’자도 꺼내지 말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굳이 (대선 준비를) 한다, 안 한다 얘기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도부 차원의 대선 준비에는 선을 그으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하는 물밑 움직임을 사실상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략기획특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한 것이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전략기획특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당의 미래와 비전을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훈 특위 위원장은 지난 10일 첫 회의에서 “‘왜 우리 국민의힘이 다시 대한민국을 계속 이끌어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언급했다.

대구·경북(TK) 지역 한 의원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에는 지역구 활동도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주 2~3회 정도 내려가 대선을 대비해 지역구 전열 정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2년반 전부터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만들려고 뛰어왔는데, 이제라도 우리 당 ‘플랜B’를 만드는 게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율이 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점도 여권이 ‘모호한 스탠스’를 보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당 내에서는 지지율 상승세가 야당의 탄핵 공세 일변도 등에 따른 지지층 결집 반사이익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준비 가동을 공식화하는 건 탄핵 자체를 반대하는 그룹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여당이 대선 준비를 공식화하는 순간 대통령 탄핵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당분간 ‘반(反)이재명’을 앞세운 대야 공세에 치중하거나 민주당의 무리수를 부각하는 여론전에 주력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차원에서 국민의힘은 전용기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이 지난 10일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내란선전 관련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행위를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을 ‘전 국민 카톡 검열’로 규정하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나경원 의원은 “당당히 외치자. ‘탄핵은 무효다. 나부터 내란선전죄로 고발하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는 전 의원 발언을 일반 국민 상대 강요 및 협박으로 규정,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당 안팎에서 윤 대통령과 선 긋기 없이 ‘반이재명’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계엄옹호당, 친윤(친윤석열)당, 전체주의 정당이 될수록 많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