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여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올해 CES는 그간 컴퓨터 소프트웨어(SW)로만 존재했던 인공지능(AI)을 현실세계로 끌어내는 전환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AI라는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동맹 전선을 구축하고 나선 모습도 포착됐다.
올해 CES에 참가한 160여개국 4800여개 기업이 공통으로 내세운 핵심기술의 원천은 AI였다. 대전환의 물결 속에 올해 CES는 AI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를 현실세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피지컬(물리적) AI’의 시대를 선언한 점이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힌다. 피지컬 AI는 로봇 같은 하드웨어를 움직이기 위한 두뇌 역할을 한다. 중력·마찰력·무게중심 등 현실 속 복잡한 물리 법칙과 변수를 AI에 이해시키는 것은 지금까지 로봇 업계에서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져 왔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합종연횡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CES 기간 현지에서 황 CEO를 만나 피지컬 AI 관련 협업을 논의하는 등 혈맹을 과시했다. 모빌리티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할 파트너로 IT 기업 엔비디아를 택했고,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AI 에이전트 로봇(프로젝트명 Q9) 개발에 착수했다.
다만 이 같은 기업 간 동맹은 일시적인 ‘적과의 동침’에 머무를 것이란 시각도 있다. MS는 LG전자 외에도 미국(인텔)·중국(하이센스)과의 협력 계획을 공개했다. 엔비디아도 SK하이닉스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와중에 삼성전자를 향해 “삼성은 해낼 것” “삼성은 할 수 있고, 매우 빠르게 일하며 헌신적”이라며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언제든지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AI 기술에 맞춰 기업 간 이해관계와 협력 구조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스베이거스=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