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 억제를 위해 우상향해온 은행권 가산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전세대출은 최대 0.3%포인트, 주택담보대출은 그보다 적은 폭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추는 것은 지난해 7월 은행채 3년·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5%포인트 올린 이래 약 6개월 만이다.
신한은행이 첫 발을 떼면 다른 은행들도 연이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모두 최근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반영해 가산금리를 인하할 계획”이라며 금리 인하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4조1350억원으로 전월 733조3387억원 대비 증가 폭이 7963억원에 그쳤다.
특히 올해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대출을 유치하려는 은행들의 금리 경쟁 역시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 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면 대부분 은행권이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가게 된다”며 “신한은행을 필두로 은행권의 금리 경쟁이 불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는데 ‘이자 장사’를 계속한다는 비판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해가 바뀌어 대출 한도가 초기화되자 은행들은 금리를 그대로 두고 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최근 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지만 이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기본금리 하락 효과로, 가산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왔다.
지난 1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만기)는 각각 연 3.830∼5.817%, 4.030∼5.580% 수준으로 지난해 11월보다 하단이 각각 0.260% 포인트, 0.130% 포인트 내려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1년물 금리의 낙폭인 0.303% 포인트, 0.395% 포인트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월간보다 연간 단위에서 강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연말보다 연초에 대출을 많이 받아 연중 이자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다음 달부터 대출 영업 확대 흐름이 더욱 뚜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