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특례” 손 내민 정부… “출구 찾아야” 고개 든 대화론

입력 2025-01-1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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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할 수 있는 특례 방안을 내놓자 의료계에서도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다음 달 시한을 앞두고 의료계에서 협상론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이번 주 취임을 앞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도 당선 직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둬 의·정 대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의 수련 담당 교수는 12일 “이번 특례로 입대를 앞둔 전공의들과 인기과(성형외과, 피부과 등) 고연차 전공의들은 일부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전공의와 의대생 다수가 복귀하기 위해선 정부가 2026학년도에는 의대 정원을 최소 10~15%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복귀의 물꼬를 틀 의·정 대화가 시작되려면 내년 의대 감원 시그널이 분명하게 전달돼야 한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2월 중에 공고되는 전공의(레지던트·인턴) 모집에선 사직 전공의들이 기존 수련병원에 동일한 전공·연차로 지원할 수 있는 특례도 제시했다. 의무사관후보생 신분인 사직 전공의는 3월 수련을 시작하면 입대를 미뤄주는 이례적인 안까지 내놨다. 이번 특례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이 지난 6일 복지부에 전공의 복귀를 위한 조치를 건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특례를 내놓은 만큼 의료계가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는 14일 차기 집행부 출범을 앞둔 의협도 내년도 의대 정원에 관한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협 관계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결정되는 데드라인인 2월 안에 의료계도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며 “이번 시기마저 놓치면 내년에도 4500여명을 뽑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총의를 모을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직 전공의는 “사태가 길어질수록 의대생과 미필 전공의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다 보니 현재 투쟁 방식에 이견도 상당하다”며 “이제는 대화 여부와 협의체 구성 조건 등에 관해 전공의 총의를 다시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동안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전체 전공의 총회를 열지 않는 등 폐쇄적인 소통 방식을 보여 내부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의·정 간 불신이 커 양측이 이른 시일 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는 “제로베이스 논의도 결국 증원된 규모인 5000여명에서 정원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의대 증원’은 전혀 바뀌지 않았으니 수련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