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경기 부양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금리 인하 단행에 무게추가 쏠렸지만, 환율 변동성 등을 고려해 금리를 묶어둘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주 금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인하 의견이 대세였다. 그런데 오후부터 신중론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미국 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통위 고민이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11월과 반대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4년5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했다. 11월에도 시장의 동결 예상과 달리 깜짝 인하했는데, 이번엔 시장의 인하 전망과 달리 깜짝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윤 연구원은 “그만큼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조금 더 점검을 하면서 대응할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년 만에 ‘경기 하방 위험’ 진단을 내놨고,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인 이번이 인하할 적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만약 금통위가 인하 결정을 한다면 3연속 인하로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높은 환율 수준과 이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 등은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들이다. 미국 노동시장도 견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15일 발표 예정인 12월 미국 근원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전월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은 더욱 느려질 수 있다. 이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찬반이 동수가 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캐스팅보트(최종 결정권)를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어느 결정이든 근소하게 결정될 것”이라며 “이 총재의 표결이 결정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통위는 의장(한은 총재)을 제외하고 6명으로 구성돼 있다. 통화정책 결정에 3대 3으로 의견이 갈리면 이 총재는 최종 결정투표를 해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어떤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소수 의견은 분명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구정하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