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여파·고환율에도 늘어난 해외여행

입력 2025-01-13 00:00

직장인 이모(38)씨는 최근 항공권 가격을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임시공휴일 선포 이후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항공권을 검색해보니 전날 가격보다 1인당 10만원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란 기사가 봤는데, 예년과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가격이 부담돼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고환율과 참사 여파에도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의 수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참사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잠정치)은 205만803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2만7542명보다 12.2% 늘어난 수치다. 국제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출발 수요도 전년에는 9만~10만명 사이에서 10만~11만명 사이로 일평균 약 1만명 많았다.

이 기간 여행을 다녀온 김모(35)씨는 “여행을 갈지 말지 고민했다”며 “휴가 일정을 빼놓기도 했고, 위약금이 많이 나오는 것 등을 고려해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여행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컸지만 고민 끝에 계획대로 여행을 추진한 경우다.

인천국제공항만 이용객이 증가한 게 아니다. 김포, 제주, 김해공항 등 지방 공항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수요도 늘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지방 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52만5777명으로 전년 46만6783명보다 크게 늘었다. 김해공항은 국제선 수요가 약 6만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벌어진 참사로 각 여행사와 항공사별로 예약취소 문의가 쇄도했다. 일각에선 저비용항공사(LCC)와 공항 이용에 대한 불안감으로 ‘항공 포비아’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예년보다 높은 여객 수요를 보인 셈이다.

최근 정부가 설 연휴와 직전 주말을 사이에 둔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여객 수요는 더욱 폭발하는 분위기다. 휴일만 쉬어도 6일의 휴무가 확보되고, 직장인의 경우 오는 31일에 휴가를 내면 최장 9일 동안 쉴 수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 이후 항공권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예약률이 약 20% 정도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월 성수기임에도 항공권 판매가 살짝 주춤한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서 설 연휴 중심으로 수요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