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정용진 시대 완성… 책임 경영 강화 닻 올렸다

입력 2025-01-13 02:03

이마트가 ‘정용진 시대’를 사실상 완성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10%를 모두 사들이기로 하면서다. 정 회장은 ㈜이마트와 주요 계열사 최대주주로 입지를 확고히했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에서 이마트에 산적한 과제들을 정 회장 주도로 풀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를 정 회장이 주당 7만6800원에 매입한다는 내용의 임원·주요주주 거래계획보고서를 공시했다. 거래 대금은 총 2141억원이다. 거래는 다음 달 10일부터 3월 11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다. 지분 매입이 완료되면 정 회장의 이마트 보유 지분은 18.56%에서 28.56%로 증가한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 지분율이 ‘0’이 되면서 사실상 이마트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 거래가 오너가 증여가 아닌 친족 간 지분 양수도라는 점이다. 증여보다 세금 등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매입을 택한 것은 회장 취임 이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올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그런 만큼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실적 개선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오프라인 매출 감소가 뚜렷해졌다. 지난해 12월 이마트 주요 오프라인(할인점·트레이더스·전문점) 매출은 전년 대비 8.8% 감소한 1조3126억원을 기록했다. 그 중 이마트 매출은 12.0%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커머스의 급성장과 고물가·불경기 등 외부 환경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창립 이후 첫 희망퇴직이 실시되기도 했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신세계건설의 부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60% 늘어 500억원을 넘어섰다. 3년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 신세계건설은 다음 달 상장폐지 후 모회사인 이마트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다.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되지 못하면 이마트 그룹 전체의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일각에선 정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이 이마트와 신세계의 원활한 계열 분리를 위한 후속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법적으로 계열 분리를 하려면 ‘친족 간의 지분 정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번 거래는 온전히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라며 “계열 분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정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회장도 이 총괄회장의 ㈜신세계 지분을 매입할지 관심이 모인다. 신세계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 10월 부회장을 건너뛰고 바로 회장으로 승진했던 만큼 정 회장의 지분 인수도 곧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