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중국과 선 긋기에 나섰다. 시장 일각의 반중(反中)정서가 펀드 보유 기업의 영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됐을 때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는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이례적으로 중국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어피니티는 “다양한 국적의 파트너들이 투자위원회에서 투자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파트너 중 중국 국적을 보유한 사람은 물론 중국 정부와 관련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펀드 투자자 상당 부분이 중국계라는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어피니티는 “투자자들 약 95%가 미국, 유럽 등을 포함한 글로벌 연기금 및 투자 기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며 “중국 자본이나 펀드의 영향력은 없다”고 말했다. 어피니티가 중국계로 여겨졌던 까닭은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인 탕 콕 유(Tang Kok-Yew)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어서다.
폐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모펀드가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당장 국내 렌터가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어피니티가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 1위 롯데렌탈과 2위 SK렌터카를 모두 인수했는데 비슷한 시기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그러자 롯데렌탈·SK렌터카가 BYD의 한국 시장 침투 통로로 활용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어피니티는 “BYD 및 중국계 자동차 주문자위탁생산(OEM)과의 협력은 논의된 바 없다. 구매 계획 또한 없다”며 “중국계 사모펀드나 중국계 자본과 같은 프레임은 사실이 아닌 데다 어피니티가 진행하는 투자에 중대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미국으로부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을 것”이라며 “미·중 간의 갈등 관계가 국내 사업자들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라고 해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 중인 MBK파트너스도 앞서 중국계 자본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비판을 받았다. 국가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의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거나 회사가 통째로 중국에 팔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MBK파트너스의 펀드에서 중국 자본의 비중이 약 5%에 불과하다”며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