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시 온 듯… 머스크가 고안한 ‘터널 교통 시스템’ 눈길

입력 2025-01-13 00:00

파란·분홍·노란·초록색으로 네온사인 조명이 화려하게 바뀌는 터널을 지난다. 신호등이나 다른 차량은 없다.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는 미래 도시를 연상케 하는 지하도로가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도심의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한 미래형 터널 교통 시스템 ‘베이거스 루프’(사진)다. ‘루프(loop)’라는 이름처럼 2.73㎞ 길이의 터널은 LVCC 인근을 고리처럼 순환하도록 설계됐다. 터널 안을 지날 때 정차 구간이 없어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에도 베이거스 루프 내 LVCC 센트럴 스테이션은 CES 관람객을 실어나르는 테슬라 차들로 분주했다. 이름과 소속이 적힌 CES 배지가 있으면 LVCC 센트럴홀을 기준으로 웨스트홀과 사우스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안내 요원에게 배지를 보여주고 목적지를 말하니 “플랫폼 1~7에 줄을 서라”고 한다. 테슬라 차량이 지정 플랫폼을 끊임없이 드나들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기자는 센트럴홀에서 웨스트홀을 오갈 때마다 베이거스 루프를 이용했다. 차량은 테슬라 Y와 X 시리즈로, 한 대에 최대 4명까지 탈 수 있었다. 도보로 이동하면 최소 20분이 걸리는 거리를 루프를 이용하니 약 2분 만에 도착했다.

다만 테슬라의 최대 강점인 자율주행 기술이 베이거스 루프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안전상의 이유에선지 베이거스 루프 내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차량의 운전자는 “자율주행이 가능할 경우 차량에 버튼이 활성화되는데, 베이거스 루프에서는 이 버튼이 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늘 루프를 몇 번 운행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바빴다. 최소 200번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사이버트럭도 가지고 있지만 사이버트럭 폭이 터널 폭보다 커서 아쉽게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