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생명의 설계도와 건강한 노화의 지혜

입력 2025-01-14 03:07

인간의 몸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복잡한 설계로 이뤄진 우리 몸의 중심엔 DNA가 있다. 데이비드 디머 미국 캘리포니아대 산타크루즈 캠퍼스(UCSC) 교수는 DNA의 염기 서열을 음악으로 바꿔 인간의 생명 정보가 악보처럼 의도와 목적이 있는 코드임을 시사했다. DNA가 예술 작품처럼 고유한 리듬을 가진다는 의미다. 이런 시각은 생명 자체가 하나님의 생각이 담긴 더 높은 차원의 질서로 이뤄졌다는 걸 암시한다.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도 저서에서 인간의 DNA를 ‘암호와 문자로 해독할 수 있는 정보’로 설명했다. 영국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도 DNA를 ‘언어’라고 이해하면서 이를 인간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과 같다고 봤다.

이런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인간의 DNA는 단순한 생물학적 데이터가 아닌 삶을 지탱하는 정보의 설계도다. 이를 이해하면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DNA 정보를 해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건강한 노화의 핵심인 ‘우리의 생활방식과 몸, 마음을 어떻게 조화롭게 맞추느냐’다. 일상에서 DNA를 보호하고 활성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활 습관과 마음가짐, 영적인 문제에 그 해답이 있다.

가장 먼저 이야기할 것은 음식이다. 음식은 우리 몸의 연료 이상의 역할을 한다. 특정 음식은 DNA와 직접 상호작용해 염증을 줄이고 세포 손상을 막으며 재생을 촉진한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베리류나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생선, 비타민 가득한 채소는 DNA 손상을 줄이고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몸속 생명 정보를 손상 없이 보존하며 세포의 재생과 복구를 돕는다. DNA와 소통하는 음식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음식 외에도 DNA와 소통할 방법이 있을까. 운동은 DNA 정보를 활성화해 신체 복구 능력을 높이고 노화를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체내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해 세포가 에너지를 더 잘 생성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세포 손상을 줄이고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운동으로 유전적 잠재력을 깨우는 건 인간이 가진 가장 자연스러운 ‘치유 메커니즘’이다.

정신적 건강도 DNA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DNA와 염색체 끝부분인 텔로미어를 손상해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한다. 스트레스는 몸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면역 시스템을 약화해 노화를 앞당긴다. 반대로 사회적 유대감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DNA 복구 메커니즘을 활성화해 노화 과정을 늦춘다. 묵상이나 명상 같은 심리적 안정 활동은 신체의 항노화 호르몬인 텔로머라제를 활성화해 세포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다.

신체와 더불어 영적인 건강도 중요하다. 우리 몸은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신체와 마음, 영혼이 통합된 전인적 시스템이다. 인간은 그저 생리 과정만으로 이뤄진 기계적 존재가 아니다.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고유한 목적과 의도를 가진 생명체다. 이런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건강한 노화를 위해선 신체와 마음, 영혼의 조화로운 돌봄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0년대 이후 건강의 개념에 ‘영적인 안녕’ 상태를 포함한 바 있다. 기독교 신앙에선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생명의 법칙을 따를 때 비로소 몸과 마음이 온전히 회복된다고 믿는다.

의사로서 여러 환자를 만나는데 종종 고통 속에서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는 이들을 만난다. 이들의 생활습관과 정신 건강, DNA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환자들에게 꼭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 “나이가 들어도 하나님이 설계한 우리 몸에는 여전히 놀라운 회복력이 있습니다. 노화 과정에 쇠퇴만 있는 건 아닙니다.”

더는 노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올바른 생활습관과 꾸준한 운동, 정신적 평온과 영적 성찰로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맞이할 수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지금부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작은 실천을 시작하자. 초고령 사회에서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