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중심인 센트럴홀에 들어서자 화려한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전시관이 관람객을 압도했다. 오른쪽에서는 하이센스의 초대형 TV 스크린이, 왼쪽에선 TCL의 증강현실(AR) 안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 기업들은 이번 CES에서 거대한 위협으로 부상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항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한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무기 삼아 나섰다.
올해 CES에서 중국 기업들은 기존 저품질 대량생산 기조에서 벗어나 하이테크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TCL은 퀀텀(QD)-미니 LED TV인 QM6K TV 시리즈를 내세웠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가정용 로봇 ‘볼리’ 경쟁작으로 평가되는 인공지능(AI) 로봇 ‘에이미(AiME)’가 집안 가전을 제어하는 모습도 함께 공개됐다. 하이센스가 전시한 116형 트라이크로마 LED TV 앞 쇼파에는 체험객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정도 크기의 초대형 TV 시장은 삼성·LG전자조차 아직 진출하지 못한 영역이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올해 CES에 참가한 중국 기업은 1339곳으로 개최국인 미국(1509곳) 다음으로 많았다.
커지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한국은 대기업-스타트업의 R&D 상생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이번 CES에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 가운데 최소 37개사가 국내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전시관을 꾸렸다. 베네시안 엑스포에 있는 스타트업 전시관 유레카 파크에서는 마인스페이스·고스트패스 등 삼성전자 ‘C랩’ 소속 스타트업 15곳이 제품을 선보였다. LG전자는 아예 글로벌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북미이노베이션센터(NOVA)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올해 CES에서는 헬스테크·클린테크·AI 등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스타트업들이 베일을 벗었다. 국내 양대 빅테크도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 ‘D2SF’(D2 스타트업 팩토리)가 투자한 10개 스타트업이 올해 CES에 모습을 드러냈다. 네이버의 경쟁사인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프리베노틱스·레티널 등 7개 스타트업도 각각 전시관을 차렸다.
R&D 생태계 발전을 위한 대기업의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C랩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12개 제품이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최고혁신상(1건)과 혁신상(11건)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대기업엔 투자 성과가, 스타트업에는 연구의 밑거름이 되는 상생 기조는 내년 CES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라스베이거스=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