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수익성 악화 주범 지목… ‘다이궁’과 거래 끊은 롯데면세점

입력 2025-01-13 01:40
1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면세점에 쇼핑객들이 오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업계 처음으로 ‘다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다이궁이 가져가던 높은 송객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음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롯데면세점이 국내 면세업계 처음으로 ‘다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 다이궁이 국내 면세점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고질적 요인으로 꼽혔던 만큼 침체에 빠진 면세점업의 생존을 위한 고강도 조치로 풀이된다.

12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거래 규모가 큰 주요 다이궁에게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다이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유통하는 구매대행자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하면서 면세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다이궁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면세점업계의 다이궁 의존도를 더욱 높였다. 국가 간 이동이 사실상 막히면서 다이궁의 존재감이 올라갔다. 2022년 우리나라 면세점업계가 다이궁에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4조원을 상회했다. 송객 수수료는 면세점이 다이궁을 유치한 여행사에 내는 금액이다.

다이궁의 구매는 매출 실적은 올리지만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준다. 높은 수수료율 탓에 많이 팔아도 그만큼 이익으로 귀속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이궁은 큰 이윤을 남기는 반면 면세점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공고해졌다. 2023년 1월 면세점업계는 이와 같은 형태로는 사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 송객 수수료율을 40%대에서 35% 안팎까지 낮췄다. 하지만 수익 마지노선인 20%보다 수수료가 더 높았기에 손실이 나는 구조는 여전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2조4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22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롯데와 신라·신세계·현대 등 면세업계 주요 4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액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이궁과의 거래 전면 중단은 당장 매출 급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의 연 매출에서 다이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더 이상의 출혈을 막고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맞닥뜨린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이궁과의 관계 재설정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며 “이번 거래 중단을 시작으로 다른 면세점들도 다이궁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