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서 아이들을 키우다 너무 힘든 나머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종종 본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산후 우울증에 걸려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고 한다. 아이에게 아픔을 주는 학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만 우리가 그 상황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아이는 잠을 자고 있을 때 제일 예쁘다고 한다. 깨어 있으면 지켜보고 놀아주고 걱정되고 너무 힘드니까. 부모가 그 어려운 육아를 묵묵히 감당하는 것은 아이가 나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일 뿐 아니라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임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가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진료실에서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신생아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은 특징이 있다. 손에 종이를 꼭 쥐고서 혹은 휴대전화를 켠 채로 진료실로 들어온다. 보여주는 것에는 아기의 상태에 대해 가득 채운 깨알 같은 글씨들이 보인다. 몇 시 몇 분에 얼마를 먹었고 기저귀를 몇 개 갈았고 어떤 변을 보았는지 사진으로 저장해서 보여준다. 놀랄만한 건 새벽 2, 3시에도 아이의 상태가 쓰여 있다. 제대로 잠도 못 잔 채 병원 진료까지 보러 온 것이다. 더욱 대단한 것은 하루가 아니라 아이가 밤에 혼자 잘 수 있을 때까지 몇 달간 계속해서 밤새워 지켜본다는 점이다.
우리 병원에서는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입양원의 아이들을 주기적으로 진료해주고 있는데, 오랫동안 진료를 봐주던 아이 중 새로운 부모를 찾아 떠나간 아이도 있고 입양원에 새로 들어와 보살핌을 받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이 새 부모를 만날 때까지는 수녀님들이 사랑으로 돌보고 있는데, 그 보살핌을 보고 있으면 새삼 깨닫게 된다. 피가 섞이는 혈연이라는 것이 부모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아니라는 것을.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우고 가르칠지, 심지어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를 어떻게 감싸주고 이해해야 하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 부모도 사람이기에 실수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전문가인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작은 도움을 보태고 용기와 위로를 드리고 싶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