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타이밍 놓치면 즉사 위험 커… 추운 겨울엔 특히 조심”

입력 2025-01-14 00:00
김정환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가 급성 대동맥증후군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동맥류·대동맥 박리로 인해
급성으로 통증 생기는 상태
환자 수 10년 만에 36.6% 증가
65세 이상 고령환자가 65% 차지
초기엔 증상없어… 정기검진 중요

“인구 고령화로 급성 대동맥증후군 환자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철이라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김정환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13일 급성 대동맥증후군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일반인에게 익숙지 않은 질환임에도 짧은 치료 타이밍을 놓치면 즉사할 수 있기에 평소 건강 관리와 정기 검진을 꾸준히 할 것을 권고했다. 또 질환 발생 시 응급실로 바로 가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급성 대동맥증후군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동맥 질환(대동맥류 및 대동맥 박리) 환자는 2010년 1만2297명에서 2021년 3만3553명으로 36.6% 증가했다. 65세 이상 고령 환자가 65% 정도를 차지한다. 김 교수에게 급성 대동맥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병명이 다소 낯설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양쪽 다리로 갈라지기 전(골반)까지 뻗쳐 있는 가장 큰 혈관이다. 여러 장기에 혈액뿐만 아니라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혈관 고속도로’로 불린다. 성인 기준 두께 약 2~3㎝가 정상이다. 그런데 이 대동맥이 늘어나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 ‘대동맥류’, 늘어난 대동맥이 약해져 내막이 찢어지는 것이 ‘대동맥 박리’다. 급성 대동맥증후군은 이 둘로 인해 가슴이나 등, 복부에 날카로운 통증이 급성(14일 이내)으로 생기는 상태로 응급 대처가 필요하다. 대동맥 벽 내 혈종(핏덩어리), 침투성 대동맥 궤양 등도 증후군을 유발한다.”

-왜 위험한가.

“대동맥류는 부풀어 오르다 지름이 5㎝를 넘으면 버티지 못하고 파열될 위험이 커진다. 5㎝ 이상일 경우 1년 내 터질 위험이 10%씩 증가한다. 파열되면 몸 안에 대량의 출혈이 발생한다. 대동맥 박리도 찢어진 내막으로 인해 중요 장기로의 혈류가 막히거나 혈관 전체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전신에 흘러야 할 혈류가 끊기면 급성 심근경색, 뇌경색, 신부전, 간부전 등이 초래된다. 하체로 피가 공급되지 않아 괴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고속도로가 무너져 그 위를 달리던 자동차들이 순식간에 밑으로 떨어지면서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을 연상하면 질환과 그 심각성을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대동맥 파열의 심각성은.

“대동맥이 일단 파열되면 병원까지 못 오고 목숨을 잃는 경우가 50% 이상이다. 응급실에 오더라도 진단이나 수술 과정에서 사망하기도 한다. 수술받더라도 합병증 등에 의한 사망률이 30~40%나 된다. 특히 상행흉부 대동맥이 박리된 경우(A형 대동맥 박리) 사망률이 매우 높으므로 응급 수술이 꼭 필요하다. 상행흉부 대동맥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B형 대동맥 박리) 먼저 혈압 및 통증 조절을 하는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겨울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바깥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도 떨어지면서 온몸에 퍼져 있는 말초혈관이 수축한다. 반면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류는 증가한다. 좁아진 혈관에 많은 양의 혈액 공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동맥의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 나이가 들면서 혈관 벽이 노화돼 있으면 압력을 견디는 힘이 떨어져 급성 대동맥증후군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 한 연구에서 급성 대동맥 박리 발생률이 겨울(28.2%)에 여름(20.6%) 봄(25.5%) 가을(24.8%)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보고됐다. 연간 대동맥 박리 수술 건수도 겨울(12~2월)이 가장 많다.”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건강보험 청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급성 대동맥증후군 환자의 평균 나이는 70세가 넘는다.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화뿐 아니라 평소 흡연, 과도한 음주를 일삼거나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 혈관 건강을 악화시키는 질환이 있다면 발병 위험이 크게 치솟는다. 따라서 저지방, 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 된다. 가족 중 급성 대동맥증후군 환자가 있으면 다른 가족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20%에 달하므로 정기 검진이 필수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일반적으로 대동맥류는 천천히 늘어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진 초음파나 X선, CT 검사를 받다 우연히 발견된다. 대동맥이 팽창했더라도 5㎝를 넘지 않으면 6개월 혹은 1년 단위 정기 CT검사로 경과를 지켜보며 금연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둔다. 약물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대동맥이 5㎝ 이상 늘어나면 대동맥류로 진단해 파열 전에 시술(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혹은 수술(인조혈관치환술)로 치료해야 한다. 대동맥 박리나 파열 단계이면 가능한 빨리 응급 수술하는 게 최선이다.”

김 교수는 “급성 대동맥증후군은 즉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결과에 따라 시술과 수술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임상 경험이 풍부한 심장내과, 심장혈관외과, 영상의학과 교수들이 대동맥 전담팀을 이뤄 24시간 상주하면서 협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대동맥 수술과 시술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치료’로 급성 대동맥 박리 수술 사망률 및 합병증 비율을 5% 이하로 떨어뜨렸다. 대동맥류 환자의 75%에 달하는 ‘복부 대동맥류’ 수술 성공률도 98%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