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일주일을 앞두고 북·미가 곧 협상 테이블을 다시 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미 대화가 이뤄지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등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도 서둘러 미국과의 물밑 접촉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12일 통화에서 “트럼프 2기 출범 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가 북한을 유화적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2018~2019년처럼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대화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당시 북한과 대화 경험이 있던 관료들을 재등용했다. 또 정상회담 등을 통해 세 차례 마주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도 계속 과시하고 있다. 다만 2018~2019년에 비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것이 변수다. 북한이 이를 지렛대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금지 등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 협상의 과실에 집중해 북핵을 인정해주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봉착하는 셈이다.
박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멈추는 대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하는 ‘쌍중단’이 이뤄질 수 있다”며 “한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억제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통미봉남’(미국과 소통하고 남한은 차단) 기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2023년 12월 한국을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하는 등 남측과의 연결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북·미 대화 과정에서 한국이 ‘패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교·안보 라인을 전력으로 가동해 우리의 요구를 일찌감치 전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트럼프 2기 대북정책의 투톱으로 꼽히는 알렉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리처드 그레넬 특별임무를 위한 대통령 특사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인사들과 접촉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우리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웡과 그레넬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가 밀접한 네트워크를 유지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