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벼 재배면적 8만㏊ 감축 계획에 농민들 거센 반발

입력 2025-01-12 18:35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처음 시행을 추진중인 벼 재배면적 조정제 안내 포스터.

정부가 쌀 수급 조절을 위해 8만㏊의 벼 재배면적 감축을 추진하자 농민단체들이 심각한 생존권 위협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민단체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올해 처음으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감축 규모 8만㏊는 지난해 전국 벼 재배면적 69만8000㏊의 11.4%에 달한다. 8만㏊에서 생산되는 쌀의 양은 40만여t으로 매년 수입하는 쌀의 양인 40만8700t과 비슷한 수치다.

농식품부는 만성적인 공급과잉 구조를 없애기 위해서는 과잉물량을 일시에 해소하고 하락세인 쌀값을 반등시키기 위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의 공급 축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모든 쌀 재배농가가 자신의 논 면적 10%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농식품부는 감축 면적을 쌀 생산량 비중에 따라 광역 시·도별로 배분, 이달 중 개별 농가에 의무부과 통지서를 보낼 방침이다.

의무감축을 초과한 농가에 대해서는 기본직불을 추가 지원하고, 우수지자체에겐 공공비축미 배정과 농촌개발사업 등 각종 지원사업에서 가점을 줄 예정이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기본직불금을 감액하고 미감축 농가는 공공비축미 구매에서 제외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농민단체들은 이 제도가 반헌법이고, 강제적·일방적인 정책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농민회전북도연맹은 13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쌀 재배면적 조정제가 사라질 수 있도록 강력하게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이들은 “쌀이 공급 과잉되는 이유가 매년 40만t 넘게 수입하기 때문인데도 과다한 생산 때문이라고 호도하는 나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진주시농민회도 10일 성명을 내고 “농민 생존권과 작물 선택권, 경작 자율권을 침해하는 반농민적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진주시농민회는 “정부가 농민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이 방안을 내놨다”며 “지난 한 해 기후 변화 등 자연재해와 싸우며 쌀을 생산해왔으나 쌀값은 폭락해 공공비축미 수매가는 9%나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전국 쌀 재배면적은 쌀 수입개방과 정부의 적정생산 유도정책 등으로 지난 16년새 4분의 1이나 감소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벼 재배면적은 2008년 93만5766㏊에서 지난해 69만8000㏊로 23만7766㏊ 줄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