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 핵심 수익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놓고 올해도 자산운용사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양대 산맥’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위 경쟁만큼이나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의 3위 공방전도 치열하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투운용의 추격에 KB운용은 오랜 기간 지켜온 3위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 9일 기준 KB운용 RISE(라이즈) ETF 순자산총액은 13조6549억원으로 한투운용 ACE(에이스) ETF(13조3557억원)와 격차가 2992억원에 불과하다. 점유율로 따지면 KB운용이 7.69%, 한투운용이 7.52%로 0.16%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달 27일 하루 동안 한투운용이 순자산총액에서 3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3·4위 경쟁이 치열해진 건 한투운용이 지난해 가파르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한투운용 ACE ETF 순자산은 2023년 말 5조9179억원이었지만 이날까지 배 이상인 7조4378억원이 늘어났다. 이는 국내 ETF를 운용하는 26곳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다. 반면 KB운용 RISE ETF는 2023년 말 9조7223억원에서 3조882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상승 폭으로는 한투운용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격차가 좁혀진 건 한투운용이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개인 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한 해 개인투자자는 2조7645억원어치 한투운용 ACE ETF를 순매수했다. 한투운용의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가 지난해 197.07%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등 미국 국채, 글로벌 반도체 등 새롭게 내놓은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이에 비해 KB운용은 금융지주가 지원하는 기관 자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KB운용은 지난해 한투운용에 3위 자리를 위협받자 KB금융 계열사로부터 ETF 투자를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의 명성에 비해 KB운용 ETF의 성장세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1위 경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9일 기준 업계 순자산총액은 1위인 삼성운용 KODEX(코덱스)가 68조2949억원(38.4%), 2위인 미래운용 TIGER(타이거)가 63조4687억원(35.7%)으로 각각 집계됐다. 두 운용사별 순자산총액 격차는 2023년말 4조766억원에서 이날 4조8267억원으로 늘었지만, 시장점유율 격차는 3.36%에서 2.71%로 좁혀졌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