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유상임 과기부장관의 세진 ‘입’

입력 2025-01-13 01:42

최근 국회 관계자들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180도 달라진 모습에 놀라는 분위기다. 유 장관은 지난해 8월 본인 인사청문회 당시 점잖은 교수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등 강경 모드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현재 장관 서열 1위인 유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외부 출신(교수)으로서 소신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현안질의에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들이 국무위원을 신뢰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유 장관은 “국민들은 이 의원을 신뢰한다고 생각하냐”며 되물었다. 행정부가 국회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다그치는 같은 당 노종면 의원에게도 “너무 목소리가 높다”고 맞대응했다.

장관 취임 이후 유 장관은 국정감사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성을 높이거나 의원들의 지적에 흥분한 모습을 내비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유 장관은 선비 혹은 학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는 “역시 터프가이 배우 유오성의 형답다”는 말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유 장관은 해야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동안 그런 모습을 보일 일이 없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의 강경한 태도 이면에는 외교부 장관보다도 높은 서열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지난 7일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탄핵되면 정부조직법에 따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순으로 대행을 맡게 된다. 국회 관계자는 “유 장관은 부총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장관 서열 1위인 상황”이라며 “언제든 학교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