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카톡 검열

입력 2025-01-13 00:40

러시아는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른다. 언론이나 SNS상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전쟁’이나 ‘공격’ ‘침공’으로 묘사할 경우 ‘가짜 뉴스’로 규정한다. 러시아 의회는 아예 법을 개정해 이런 가짜뉴스가 국가에 해를 끼칠 경우 최고 징역 15년형에 처하도록 했다.

러시아보다 한 수 위가 중국이다. 중국은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소위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특정 검색어를 원천 차단한다. 천안문 사태를 상징하는 ‘6월 4일’은 대표 금기어로 중국에선 검색이 불가능하다. 6월 4일 전후엔 추모의 촛불 이모티콘도 SNS에서 찾아볼 수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닮았다는 캐릭터 ‘곰돌이 푸’, 신장위구르, 파룬궁 관련어 등도 검열 대상이다. 당국이 인터넷 검열에 쓰는 비용만 한해 60억 달러(약 8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달 3일 텔레그램 신규 설치 건수가 4만576건으로 전날(9016건)보다 4.5배 급증했다. 계엄사가 시위 선동을 막기 위해 카카오톡 등 온라인 검열에 나설 것이란 우려로 디지털 망명이 벌어진 것이다. 이제 진정이 되나 했는데 이번엔 야당발 ‘카톡 검열’ 논란이 지난 주말 네티즌들을 들쑤셨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커뮤니티, 카톡을 통해서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것은 내란 선전으로 처벌받는다. 일반인도 내란 선동이나 가짜뉴스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계엄 사태 후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게 나오자 가짜뉴스 확산 때문으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기준이 무엇이고, 그걸 왜 민주당이 판단하나. ‘특별군사작전’이 맞고 ‘침공’이 틀리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천안함, 세월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친민주당 진영의 가짜뉴스들도 많았다. 반민주적 계엄에 반민주적 검열 식으로 대응하는 건 정도가 아니다. 중국에선 6월 4일을 ‘5월 35일’ 혹은 로마 숫자 표기 ‘VIIV’로 쓰며 검열을 교묘히 피한다고 한다. 우리가 이런 것도 따라해야 하나.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