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지역사회와 다음세대를 위한 플랫폼 돼야”

입력 2025-01-13 03:05
백용석 강남교회 목사가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교회 본당에서 목회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모델 하우스’가 돼야 합니다.”

백용석(59) 강남교회 목사는 이 세상에서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맛볼 수 있어야 천국 소망으로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과 사역의 본질 재정립이다. 그래서 백 목사는 말씀과 기도 중심의 목회, 지역 사회와 협력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목회를 중요시한다.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교회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강남교회에서 만난 백 목사는 “목회는 단순히 교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의 영적 성장과 지역 사회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예배 공간을 뛰어넘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교인 개개인의 필요를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목회의 핵심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교인들이 교회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백 목사는 “교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하며 그들을 포용하고 사랑으로 섬겨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교회의 역할이 단순히 신앙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인들의 일상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봤다. 그의 철학은 교인과의 신뢰를 쌓고 교회 공동체를 더욱 단단히 결속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과거 미국에서의 한인교회 목회 경험은 현재 목회에 큰 자양분이 됐다. 그는 2008년부터 8년간 개척교회에서 목회하던 중 유학길에 올랐다. 30명이 출석하던 건물 교회에서 150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시킨 뒤 성전 건축까지 진행했다. 목회가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을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공부하러 낯선 땅으로 가게 된 것이다.

백 목사는 미국 맥코믹신학교를 거쳐 시카고신학교에서 공부했다. 유학 기간에 그는 다문화적 관점과 현지 교회의 목회 방식을 체득하며 목회적 시야를 넓히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의 경험은 다양한 문화와 상황 속에서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게 했습니다. 배경이 다른 사람이 소통의 장벽을 넘어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했습니다.”

교회는 해외 선교를 비롯해 지역사회와의 협력 프로그램,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문화 사역에 힘을 쏟고 있다. 1년에 두 번 지역사회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 ‘버디’를 운영하는데, 두 달간 매주 토요일에 20개 강좌를 개설해 진행한다. 지난해 시작한 버디는 2기까지 열렸는데 70여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교회는 놀이와 예체능 수업, 영어 학습, 글쓰기 등 다양한 강좌를 마련했다. 이 사역이 가능한 것은 교회 청년들이 교사로 봉사하기 때문이다.

교회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문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교회 공간을 활용해 음악회를 열고 본당에 설치된 전면 LED 스크린을 통해 영화 관람도 제공한다. 백 목사는 “교회가 세상과 동떨어진 섬이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복음의 메시지가 실천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세대가 미래다

교회가 지속 가능해지려면 무엇보다 다음세대를 세우는 게 과제다. 다음세대의 다양한 재능과 가능성을 알아보고 교회를 통해 열정을 뿜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를 방문한 날 목양실 앞에 있는 찬양대 연습실에서는 세 명의 청년이 악기를 연주하며 호흡을 맞추는 데 한창이었다.

백 목사는 “교회는 교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다음세대를 위한 플랫폼이어야 한다”며 “자신의 재능을 통해 교회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목회자가 된 후 교인들의 신앙 여정을 돕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달았다. 백 목사는 “좋은 목회자는 앞에서 이끌기만 하는 지도자가 아닌 교인과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라며 “교인과 같이 성장하는 목회자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교회에서만큼 편안함을 느끼길 바란다”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며 걸어온 이 길을 교인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백 목사는 두 가지 말씀을 언급했다.

“만일 내가 지체하면 너로 하여금 하나님의 집에서 어떻게 행하여야 할지를 알게 하려 함이니 이 집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니라.”(딤전 3:15)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백 목사는 강남교회가 지역사회의 중심으로 자리 잡길 소망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희망의 등불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작은 빛이 모여 세상을 밝힐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세상에 나아갑시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