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당초 예상을 깨고 10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그동안 두 차례 소환 조사에 불응하다 막판 변호인을 선임해 3차 출석 요구에 응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 전 처장은 출석 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 권한대행은 이를 수리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정한 수사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줄곧 내세웠던 조건부 출석을 다시 한번 들고나온 것이다. 대한민국 국격 운운한 것도 어불성설이다.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군 병력의 국회 난입, 대통령 체포를 둘러싼 관저 대치 등으로 대한민국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장본인이 윤 대통령 아닌가.
박 전 처장은 또 “어떤 경우에도 (한남동 관저에서)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대통령 관저 주변은 일촉즉발 그 자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은 이번이 마지막 집행이라며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10일 광역수사단의 형사기동대장, 마약범죄수사대장 등 현장 지휘관을 총소집해 작전계획을 논의했다. 영장 집행의 구체적인 계획을 공유하고 실현 가능성과 법적 문제점이 없는지 짚어봤다고 한다. 동원할 인력만 1000여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영장 재집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이에 맞서 경호처도 버스와 철조망 등으로 관저를 요새화하고 있다. 가용 인력이 700명이라고 한다. 여기에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인의 장막을 쳐 영장 집행을 막겠다고 했고, 윤 대통령 측은 특공대나 기동대를 동원해 체포를 집행하는 것은 반란이고 내란이라고까지 했다. 내란 피의자로서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윤 대통령을 관저에서 수갑 채워 끌고 가는 행위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격을 다시 올리는 길은 윤 대통령의 결단 밖에 없다. 이제라도 관저에서 걸어나와 수사에 당당히 임해야 한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자진 출석만이 국가적 분열을 막고 극한의 파국을 막을 해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국가 위상이 추락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제대로 된 처신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그동안 그토록 외쳤던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