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임시공휴일이 ‘공무원 쉬는 날’이라는 비아냥이 많았다. 민간인들은 실적 증대가 지상과제인 기업 풍토에 짓눌려 맘 놓고 쉴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5인 이상 사업장은 공휴일 근무 시 유급휴가가 의무화되면서 볼멘소리가 줄어들었다.
총선·대선일은 정부가 그때그때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2007년부터는 아예 법정 공휴일로 승격됐다. 이에 비해 국민투표법에는 국민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조항이 따로 없다. 국장이 치러지는 날도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는데 지금까지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국장이 치러졌다. 다만 김 대통령의 국장은 유족의 요구에 따라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부담을 피하고자 일요일에 치러졌다. 예전에는 대통령 취임일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노태우 대통령 때까지 임시공휴일이었으나, 김영삼 대통령 이후로 평일로 바뀌었다.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일요일과 설날에 낀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정원오 서울시 성동구청장이 지난 8일 소셜미디어에 27일보다 31일이 내수진작에는 더 효과적이라고 낸 의견이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그는 31일이 좋은 이유로 설 쇤 뒤 주말까지 휴식을 취하며 가족 외식을 하거나 짧은 외출을 다녀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명절 전 휴일이 늘 경우 기혼여성의 가사노동이나 사무직 종사자들의 업무부담이 늘어남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도 “제대로 직장 생활 안 해본 사람들이 탁상공론한 결과” “시댁에서 언제부터 오라고 할지 벌써부터 짜증 난다”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불황에 시달려 온 식당 등 자영업 종사자들은 임시공휴일 자체를 반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성급한 결정으로 좋은 취지에 빛이 바래는 것 같아 아쉽다.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실질적인 경제적·사회적 효과를 고려하는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