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언급 ‘백골단’ 국회 회견 ‘역풍’, 野 거센 반발… 주선한 김민전 “송구”

입력 2025-01-10 00:22
김민전(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 관저 사수 집회를 벌이고 있는 ‘반공청년단-백골단’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 정책영상플랫폼 캡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며 체포영장 집행 저지 시위에 나서 온 20·30 청년들 주축의 자칭 ‘반공청년단-백골단’이 9일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주선했다. 백골단은 1980~90년대 사복 경찰관으로 구성돼 시위 진압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부대의 별칭이었다.

백골단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중화기로 무장한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를 하는 것은 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무리한 체포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조직의 공식 명칭은 반공청년단이며, 관저 앞에서 하얀 헬멧을 쓰고 윤 대통령 수비대 활동을 하는 예하 그룹이 ‘백골단’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회견에서 최근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민주노총 등의 집회에 맞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했으며, 앞으로도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감시활동을 하는 자경단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권은 이들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 의원을 향해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의 정치 깡패 동원 시도 의혹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승만 정권에나 있던 정치 깡패인 백골단을 2025년도에 새롭게 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창진 부대변인도 “김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 없음음 증명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백골단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의 용어인지 정말 모르나. 이건 분뇨차 이전에 분변을 못 가리는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민의힘은 당의 공식 입장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대통령 관저 앞) 한남초교 앞에서 만났던 청년들의 열정에 감동했다”며 “회견을 주선해달라는 연락에 조그만 수고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오늘 당장 하자고 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편으론 그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이 오히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들을 불편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번 일이 자발적·평화적 시위를 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폭력적 시위단으로 왜곡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됨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의 역풍이 거세자 백골단 측은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도열 시위를 취소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