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요구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방안에 대해 ‘현 단계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명확하다. 다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에 재차 실패할 경우 구속영장 청구 또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넘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9일 윤 대통령 측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요구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맞지 않아 검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정치권이 추진하는 내란 특검법도 현재 수사 일정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특검 출범에 3~4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고려하며 계획을 짤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일 발부된 2차 체포영장 기한은 3주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차 집행도 불발될 경우 체포를 고집하기보다는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검찰에 사건을 송부하는 방안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 내부에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관계자들이 모두 기소된 만큼 윤 대통령도 빠르게 재판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조지호 경찰청장 등을 기소하는 등 지금까지 군·경찰 지휘부 총 8명을 구속 기소했다. 다만 공수처 관계자는 “현 시점에선 2차 체포영장 집행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 이후 시나리오는 아직 먼 얘기”라고 말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것 자체가 굉장히 도주의 염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장 집행 업무를 방해할 시 국회의원도 공무집행방해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지난 3일 1차 영장 집행을 방해한 26명에 대한 신원확인 요청 공문을 대통령경호처에 발송하며 압박에 나섰다. 반면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불법 영장 집행 명목으로 침입한 공수처 검사와 경찰 수사관 등 150명의 신원 확인을 위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외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의도했던 계엄 선포 목적이 달성되지 못할까 봐 고심하고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을 통해 탄핵 폭주 등 심각성을 알리고 나라를 좀 더 반듯하게 만들려 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혼란이 생겼는데 이게 극복되면 계엄이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공수처가 무리하게 체포를 시도하면 분노한 국민의 굉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런 건 내전 상황”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2차 체포영장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는 대신 장외 여론전을 편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에 대한) 요구를 하더라도 장외가 아니라 먼저 선임계를 내고 정식 면담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호 한웅희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