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항명·상관 명예훼손’ 박정훈 1심 무죄

입력 2025-01-09 18:58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이 9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모친 김봉순씨와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소 뒤 1년3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재판부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내린 ‘수사기록 이첩 중단’ 명령은 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중단하라는 군 지휘부 명령을 어긴 혐의 등으로 2023년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군검찰은 지난해 11월 징역 3년형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군 지휘부가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 30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장관은 이튿날 오전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은 직후 김 전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군검찰은 7월 31일~8월 1일 김 전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를 3차례 지시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박 대령은 같은 해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넘겼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김 전 사령관이)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개별적·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했다기보다는 피고인을 포함한 사령부 부하들과 함께 이첩 시기 및 방법에 대한 회의와 토의를 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사령관이 ‘이첩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군사경찰은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관련 기관에 지체 없이 이첩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며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대령은 최후변론에서 “대통령실이 (사건에) 전방위로 개입했다. (이 전 장관이) 대통령의 격노 전화를 받고 모든 일이 엉망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하게 된 배경에 ‘VIP 격노’가 있었다는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에 대한 별도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년 넘게 진행 중이다.

선고 직후 박 대령은 “채 상병 죽음의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필귀정이자 진실의 승리”라고 환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판결 내용은 민주당이 선동하던 수사 외압설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