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란 혐의 수사를 위한 자체 특검법 발의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여권 분열을 노리고 독소조항을 대폭 삭제한 개정안을 발의한 데 따른 대응이다. 여당은 그동안 줄곧 특검 수사에 대해 ‘부결 당론’을 이어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비협조에 따른 여론 악화로 당내 이탈표 단속이 더는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날 부결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언급하면서 “특검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입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대법원장에게 주고, 야당의 ‘비토권’(후보자 재추천 요구권)도 삭제한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여당은 특검 논의 자체를 반대할 명분이 약해졌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특검 후보자 추천권 등을 언급하며 “위헌적 독소조항을 제거한다면 야당과 특검법을 논의해볼 수 있다(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고 주장해 왔다.
수도권의 한 여당 의원은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모습만 보여선 ‘계엄 옹호 정당’ 이미지를 벗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특검 후보자 추천권 외에도 수사 범위 등 쟁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새 내란 특검법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뿐 아니라 무인기 평양 침투,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외환 혐의까지 더해졌다. 수사 대상에 ‘내란 혐의에 부화수행하거나 내란 행위를 선전·선동한 행위’도 포함됐다. 여권은 이를 자당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날 야당의 개정안에 대해 “특검법은 기존 수사체계의 예외적 제도인 만큼 수사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해야 하는데 (야당 안은) 수사 범위가 무한정인 법안”이라며 “법안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에서는 특검법에 포함된 언론 브리핑 조항에 대해서도 “만약 특검 수사 기간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일방 설정한 데드라인도 무조건 따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그간 토론과 협의도 생략한 채 표결을 강요받아왔는데, 꼼꼼히 분석해서 강력히 토론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다음 주 초 자체 특검법 초안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특검법을 발의해 야당의 특검법이 얼마나 반(反)헌법적이고 문제가 많은지 선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종선 구자창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