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진료 막겠다” 칼 뺐지만… 수익 감소 의료계 강력 반발

입력 2025-01-10 00:00 수정 2025-01-12 11:29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의료계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비급여·실손보험을 동시에 손질하고 나선 건 의료개혁 핵심 과제 중 하나인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비급여 진료가 기형적으로 팽창하다 보니 국민 의료비가 증가했고, 동시에 필수의료 인력이 비급여 중심의 개원가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다만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의료계 반발이 큰 데다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과제인 만큼 이 같은 대책이 추진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9일 공개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초안의 핵심은 과잉 진료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는 실손보험의 관대한 보상체계와 결합해 필수의료보다 비급여가 훨씬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기형적 구조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고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개혁을 통해 절감한 재정은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비급여 본인부담률을 90% 이상 높이는 것 외에 급여 항목에 비급여 진료를 끼워 넣는 ‘병행 진료’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물리치료에 도수치료를 함께 하거나, 백내장 수술에 렌즈 삽입술을 하는 경우, 또 비밸브재건술(코 내부 확장)에 코 성형을 하는 경우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병행 진료를 하는 경우 아예 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청구가 제한된다.

환자 선택권 강화를 위해 모든 비급여 항목을 대상으로 사전에 가격과 사유, 대체 항목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 외에 받을 수 있는 대체 항목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므로 의료진으로서도 무작정 비급여를 권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비급여 관리를 통해 꼭 필요한 치료는 건강보험 급여 내에 들여와 관리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급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 이익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강성경 소비자와함께 센터장은 “본인부담률을 무조건 상향하는 것은 소비자로서는 서비스 보장이 축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로 소비자 이익을 보장하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국민 부담을 늘려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강력 반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양문술 부평세림병원 병원장은 “도수치료나 영양제, 체외충격파 같은 비급여 항목이 필수의료라고 할 순 없지만, 의료적 필요도가 정말 없는지 더 생각해봐야 한다”며 “비급여 상위 치료 항목이 공급자의 경제적인 이유 또는 사용자의 도덕적 해이로 올라갔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도 비급여 규제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특히 비급여 진료량이 많은 의원급 개원의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법 개정도 과제다. 비급여 진료 시 환자 동의를 받는 부분은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비급여 보장을 줄이는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더라도 1·2세대(구세대) 가입자의 경우 갱신 의무가 없어 혜택이 적은 새 상품으로 갈아탈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