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대형 산불로 최소 5명 사망, 15만명 대피

입력 2025-01-09 18:48 수정 2025-01-10 00:08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동쪽 이튼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차량 수십 대와 건물이 전소돼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서부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 일대가 대규모 산불로 초토화되며 최소 5명이 사망했다. 산불은 LA의 상징 중 하나인 선셋 대로부터 해안가 고급주택까지 모조리 집어삼켰다. 강풍과 물 부족 등으로 진화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산불 발생 지역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부터 LA 일대에서 여러 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최소 5명이 숨지고 15만명 이상이 대피했다. 산불은 전날 오전 LA 북서쪽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시작됐다. 이어 동쪽의 이튼과 북쪽 허스트를 비롯해 리디아, 우들리, 할리우드힐스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 면적은 약 3만7095에이커(약 150㎢)로 서울 면적(약 605㎢)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9일 오전 1시 기준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1만58 32에이커가 불탄 팰리세이즈 일대와 1만600에이커가 소실된 이튼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서만 2000개 이상의 건물이 파괴되거나 불탄 것으로 추정된다.

패리스 힐튼, 빌리 크리스털 등 유명 인사들의 저택과 야자수가 늘어서 있는 선셋 대로의 일부, 유명 영화·드라마 촬영지인 팰리세이즈 공립고교 등 랜드마크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할리우드 사인과 그리피스 천문대도 화재 위험 반경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이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샌타 애나’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강풍이 꼽힌다. 이는 사막지대인 네바다주와 유타주에서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로 부는 바람으로, 건조하고 따뜻한 특성을 지니며 허리케인 수준의 풍속을 자랑한다. 실제 전날 일부 지역에선 시속 80~100마일(129~161㎞)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다.

이로 인해 소방 당국은 7500명 이상의 소방·응급대원을 투입했음에도 진화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팰리세이즈와 이튼 등의 진화율이 0%를 기록하기도 했다. 에릭 스콧 LA카운티 소방국 홍보국장은 “샌타 애나의 강한 바람과 주변 지형 때문에 소방관들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의 우선순위는 생명과 구조물 방어”라고 밝혔다.

급증한 물 수요로 인해 일부 지역에선 화재 진압에 사용할 용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마크 페스트렐라 LA카운티 공공사업국장은 “몇 시간 동안 다수의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소방활동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는 최대 140대의 급수차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CNN 에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 같다”며 “현재 주정부는 모든 자원이 고갈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산불 대응을 위해 9일로 예정됐던 이탈리아 순방을 취소했다. 또 캘리포니아주를 대규모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 차원의 복구 지원을 지시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