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9일 ‘탄핵심판 심리 속도가 빠르다’는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보다 빠르지 않다고 일축했다. 헌재는 내란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 등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일부 수사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건 심리 속도는 재판부에서 판단해 결정한다”며 “현재까지 보면 이전 대통령 탄핵 사건 절차 진행과 비교해 특별히 빠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사건 접수 후 첫 변론까지 18일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5일이 소요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탄핵소추 의결서가 헌재에 접수됐고, 첫 변론은 오는 14일 열린다. 사건 접수 후 31일 만으로 앞선 두 대통령보다 오히려 늦다.
천 공보관은 국회와 윤 대통령 양측이 심판정 밖 여론전을 이어가는 상황에 대해 “헌재는 독립적인 심판 기관”이라며 “심판정 바깥에서 이뤄지는 여론전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당사자가 절차 진행에 이의가 있다면 재판부가 면밀히 판단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지난 8일 경찰청과 국방부 검찰단, 검찰로부터 계엄 사태 수사기록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공보관은 “구체적인 분량이나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자료에는 김 전 장관 등 계엄 사태 핵심 관계자들의 공소장과 관련자들 진술조서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국회와 윤 대통령 양측 모두 열람을 신청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김 전 장관 공소장에 대해 “앞뒤 안 맞는 엉터리 공소장”이라며 “법조인으로서 자괴감을 느낄 정도”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을 앞두고 경호 문제와 관련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천 공보관은 경호처 등 외부 기관과의 논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있다, 없다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관련 (대통령의) 출석 의사는 확고하다”고 재차 밝혔다. 윤 변호사는 “다만 지금 진행 중인 헌법재판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정리돼야 대통령도 출석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죄 철회’ 논란, 변론기일 5일치 일괄 지정 등의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취지다.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 1호 등에 대해 “현행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형민 한웅희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