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이 41주 만에 보합 전환하며 상승이 멈췄다. 대출규제, 탄핵정국 등으로 부동산시장에 부는 한파를 강남권도 피하지 못했다. 부동산 시장 하락 전환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 전셋값도 1년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 주택 임대차시장은 모든 유형 주택에서 월세 비중이 늘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이 9일 발표한 ‘1월 첫째 주(6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강남구 아파트값의 보합 기록은 지난해 3월 넷째 주 이후 41주 만이다. 강남 3구의 또 다른 축인 서초구는 전주 대비 상승 폭을 유지, 송파구는 전주(0.06%)보다 상승 폭이 줄어들면서 각 0.03% 상승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모든 구가 하락하지 않아서 강남구만의 주간 단위 보합으로 추세 하락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강남구 보합 전환은 의미가 있다”며 “거래량이 급감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전반적 내림세가 나타날 순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똘똘한 한 채’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계절적 비수기 외에도 경기침체와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금리 인하 지연 등을 고려하면 향후 강남도 가격 하락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서울의 공급 부족과 높은 분양가, ‘똘똘한 한 채’ 선호 분위기를 고려하면 큰 폭의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값은 0.03% 하락해 8주 연속 내림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도 내렸다. 전주 대비 0.01%를 기록했다. 2023년 5월 셋째 주(-0.06%) 이후 86주 만의 하락이다. 부동산원은 “학군지 등 정주여건이 양호한 선호단지 위주로 일부 상승거래가 있지만 입주 물량 영향이 있는 지역과 구축 위주로 거래 가능 가격이 하향해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전문위원도 “강동구는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입주 물량이 많아 하락한 영향이 있고, 전세가 상승 피로감에 매매나 월세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의 모든 주택 유형에서 월세 비중이 증가했다. 입주 물량 증가, 전세가 부담에 따른 월세 전환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아파트는 2023년 43.4%에서 2024년 43.8%로 0.4% 포인트 늘었고, 연립·다세대(51.1%→55.5%), 오피스텔(62.3%→66.6%)도 각각 4.4% 포인트, 4.3% 포인트 늘었다. 부동산정보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2024년 전국 주택 유형별 임대차 거래를 분석한 결과다.
함 랩장은 “월세화 현상은 올해도 지속할 것으로 본다”며 “임대인은 매매가 안 되면 월세를 받으려는 수요가 늘고, 임차인으로선 전세가가 높거나 반환 리스크가 큰 경우 월세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