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대국민 담화를 끝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남동 관저 안을 거니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히는 정도가 전부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다가오는 요즘,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과 내란 혐의 수사에 대비한 법적 대응에 몰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관저 안의 상황을 아는 여권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탄핵 소추된 이후에도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라고 한다.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의기소침해 계실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기색 없이 꿋꿋하고 씩씩한 모습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멘털이 흐려졌네 어쩌네 하는 말들도 나돌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관저에 들어가 윤 대통령을 만났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의연하고 꼿꼿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도피설’이 퍼졌던 지난 8일 관저 영내를 순시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이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계산된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법리 검토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심판과 내란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차곡차곡 법적 대응 논리를 쌓아가는 중”이라며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 전문가인 만큼 법률대리인단과 회의도 하며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리인단의 법률 지원과는 별개로 대통령실 소속 전·현직 젊은 행정관들이 중심이 돼 윤 대통령의 일상 업무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런 대응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크게 다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친윤(친윤석열)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때는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자마자 대통령 본인이 다 내려놓고 포기하는 모습이었다면,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나선 것 아닌가. 지지자들이 고무되면서 더 결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회사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6~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2%로 지난해 12월 3주차 조사와 비교하면 6% 포인트 상승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3% 포인트 하락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는 응답은 62%,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33%로 집계됐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