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 경영자(CEO)) “바로 지금”(앨런 바라츠 디웨이브 퀀텀 CEO)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25년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에 대한 논쟁이 불 붙었다. 구글이 지난해 12월 자체 개발한 칩 ‘윌로우(Willow)’를 장착한 양자컴퓨터를 발표하면서 슈퍼컴퓨터가 10자(10의 24제곱)년에 걸쳐 풀 문제를 5분 만에 풀 수 있다고 밝히면서 상용화 기대가 커진 상태다.
논쟁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 발언으로 촉발됐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 참석한 황 CEO는 전날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에 대해 “15년이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초기 단계일 것이고, 30년은 후기 단계일 것”이라며 “하지만 20년을 선택한다면 많은 사람이 믿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지 20년은 걸릴 것이란 의미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더 많은 계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로는 0 또는 1로 직렬로 정보를 처리하는 ‘비트(bit)’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표현하는 병렬 처리 방식인 ‘큐비트(qubit)’로 연산한다. 신약개발과 암호해독은 물론 차세대 인공지능(AI) 연구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AI와 양자컴퓨터 분야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구글의 양자컴퓨터 기대감이 더해지며 주가가 먼저 움직였다.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 아이온큐의 경우 8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6개월 주가 상승률이 281.46%를 기록했다. 또 다른 관련주 리게티 컴퓨팅(865.38%) 퀀텀 컴퓨팅(301.40%) 디웨이브 퀀텀(444.64%)도 폭등했다. 하지만 황 CEO의 언급이 알려진 직후 주가는 고꾸라졌다. 8일 하루에만 아이온큐와 리게티 컴퓨팅 등 관련주가 30~40% 폭락했다.
업계는 곧바로 반박했다. 앨런 바라츠 디웨이브 퀀텀 CEO는 CNBC 방송에 출연해 황 CEO 예측에 대해 “완전히 틀렸다”며 “마스터카드와 일본의 NTT 도코모 같은 기업들이 우리 양자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디웨이브 퀀텀은 흑자로 전환하지 못한 초기 기업으로, 이들이 판매하는 양자컴퓨터는 특정 문제 해결에만 유용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바라츠 CEO는 “(상용화 시점은) 지금부터 30년 후, 20년 후, 15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라는 입장이다.
양자컴퓨터 상용화 논란에 국내 투자자들 관심도 뜨겁다. 특히 아이온큐는 한국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공동창업자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30억9015만5624달러(약 4조5000억원)어치 아이온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아이온큐 지분의 약 37.8%에 해당한다. 또 주요 초기 투자자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도 이름을 올렸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