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를 늦추려고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당시 국가안보실 관계자와 사드 배치 반대단체 집행부 등을 상대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김태훈)는 9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서 전 차장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이다. 압수수색 대상엔 사드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인근 사드 배치 반대집회 장소인 원불교 진밭평화교당 천막과 반대단체 집행부 등의 주거지와 휴대전화도 포함됐다.
서 전 차장은 2020년 사드 정식 배치를 늦추기 위해 2급 비밀인 사드 미사일 교체 관련 한·미 군사작전 일정 등을 사드 배치 반대단체와 주한중국대사관 측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차장은 2017년 성주군에 임시 배치돼 있던 사드의 정식 배치를 지연시키기 위해 1년 이상 기간이 필요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키로 하고, 고의적으로 평가협의회 구성을 미룬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이기헌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참여비서관 등도 이 같은 의혹에 관여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2017년 4월 성주군 소성리 골프장에 사드를 임시 배치했다. 이후 사드 반대단체가 ‘사드에서 나오는 전파는 인체에 해롭다’고 주장하자 한·미 당국은 6개월 안에 끝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 후 일반 환경영향평가로 사드 정식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12월 4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된 ‘환경영향평가 평가협의회 구성 시기 관련 협의 결과’ 문건에 따르면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 반발 등을 거론하며 ‘연내 평가협의회 구성은 곤란하다’고 결론 내렸다. 국민의힘은 2019년 12월 23~24일로 예정됐던 문 전 대통령 방중을 감안해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고의 연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직 군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2023년 7월 감사원에 해당 의혹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정 전 실장 등이 기밀 유출에 관여한 정황 등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