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씨앗교회 성도들은 최근 전남 무안공항을 직접 찾아 유가족의 눈물을 닦았다. 씨앗교회 봉사팀 ‘하이’에 속한 청년 11명은 지난 3일부터 사흘간 김명규(45) 담임목사와 함께 공항에서 자원봉사를 담당했다. 봉사자들은 전남 자원봉사센터에 봉사 지원을 신청해 현장 인력으로 투입됐다. 직장인이 대부분인 봉사자들은 모두 휴가를 내고 무안으로 향했다. 현장에서는 지원 물품을 정리했고 유가족을 위해 음식과 물품을 전달했다. 현장 청소 등도 도왔다.
하이는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의 약자로 2023년 7월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교회 내에 꾸려진 자발적 봉사팀이다. 하이 설립 이전에도 이 교회 성도들은 2019년 강원도 고성 산불 현장을 비롯해 지난해 1월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강진 등 재난 현장을 찾아다니며 봉사해 왔다. 씨앗교회는 2015년 가정집에서 시작됐다. 설립 10년 만에 교인 500명의 공동체로 성장했다. 독립된 예배당 없이 사무실 인근 콘서트홀을 빌려 예배를 드리고 있다. 성도 90%가 20~40대다.
김 목사는 9일 국민일보와 만나 재난 현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예레미야애가에서 예레미야가 모든 참사를 기록해 후대에 전한 것처럼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증언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봉사자들은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을 위해 조용히 기도를 드리는 한편, 주일이었던 지난 5일에는 소수의 유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봉사에 참여한 김해린(28)씨는 “아픔이 있는 곳을 찾아 함께 아파하고 위로가 필요한 곳에 위로를 전하라는 주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유가족의 마음을 주님께서 깊이 위로해 주시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봉사는 한 청년의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방송으로 사고 소식을 접한 한 청년이 우연히 만난 김 목사에게 “우리 교회는 무안에 안 가느냐”고 물었고 김 목사는 곧 교회 인스타그램에 봉사팀 모집 게시물을 올렸다. 봉사자들은 짧은 시간에 11명이 모였다. 김 목사는 “이번 봉사를 통해 성도들이 하나님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물론 신앙적으로 성장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등 삶이 변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씨앗교회는 앞으로도 재난현장 봉사활동을 중요한 사역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김 목사는 “참사 현장에서의 봉사는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선교의 연장선”이라며 “현장에서 몸으로 뛰고 섬기며 아픔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