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의 가격은 얼마일지, 세 가지 계산이 있었다. ①3000억~2500조원(워싱턴포스트). 미국이 알래스카를 매수했던 가격에 단순히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3000억원인데,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가치를 더하니 2500조원이 나왔다. ②1600조원(파이낸셜타임스). 땅값 290조원, 매장된 원유 400조원, 희토류 700조원 등 섬의 항목별 가치를 합산한 수치다. ③780조원(USA투데이). 그린란드처럼 아직 지하자원이 개발되지 않은 미국 와이오밍주를 비교 대상 삼아 추산했다.
이런 계산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데없이 그린란드 매수 의사를 꺼내면서 이뤄졌다. ‘도대체 얼마길래’ 하는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 가볍게 시도한 것이니 정확한 시세일 리는 없다. 정작 주인은 팔 생각이 없는데 사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뉴욕 부동산 개발업자 시절 트럼프의 방식 그대로였다. 그의 제1 원칙은 ‘점찍은 부동산은 어떻게든 산다’였다고 한다. 내가 안 사면 경쟁자가 사갈 테니까.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수를 꺼낸 배경에는 2018년 자칭 ‘북극해 인접국’이라 선언한 중국이 있다. 북극권 진출을 위해 그린란드 광산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중국은 그린란드의 2위 수출 대상국이 됐다. 이 경쟁자의 손길을 차단하려 그린란드란 ‘부동산’을 점찍은 트럼프는 첫 임기의 실패에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임기 시작도 전부터 작업에 나섰다. 이번엔 ‘어떻게든’ 산다는 원칙을 관철하려는 듯 군사력 동원까지 언급하고 있다.
2019년 여론조사에서 그린란드인의 선호도는 덴마크>미국>중국 순이었다. 식민지로 지배했던 덴마크와 썩 좋은 관계는 아니지만, 덴마크의 지원금과 복지체계가 주는 무상 교육·의료 등의 혜택은 포기할 수 없는 거였다. 그래서 트럼프 말에 코웃음을 쳤던 이들에게 지금은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한다.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올까봐, 정말 그리되면 어찌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 것이다. 조용한 동네에서 잘 살던 원주민이 어느 날 찾아온 부동산 업자로 인해 뒤척이는 밤을 보내는 모습과 흡사하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