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수 저하, 안면근육 이상. 졸음운전 위험 상태입니다. 가까운 커피전문점으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하만 전시관에 세워진 차량에 탑승하자 운전석을 둘러싼 카메라와 센서가 분주히 스캔을 하며 운전자 상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이 운전자에게서 보이는 위험 신호를 감지해 대형 사고를 막는 기술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 참여한 하만은 차량에 탑승한 운전자가 최상의 상태로 운행할 수 있는 ‘레디 제품’ 솔루션을 선보였다. 하만은 대중에게는 스피커·음향기기 전문회사로 알려졌지만 이번 CES에서 전장(자동차 장비) 회사로서의 입지를 강조했다.
하만의 전장 솔루션을 관통하는 핵심은 안전과 편의성이다. 하만의 ‘레디 어웨어’ 솔루션은 디지털 트윈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도로의 위험 요소와 안전 운행을 위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이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에 탑승해 모의 주행을 시작하자 시스템이 곧바로 차로 변경에 주의하라고 경고음을 울렸다. 전방에 트럭이 있는 상황에서 주행을 시작하니 주의하라는 것이다. 비가 오거나 사각지대에서 보행자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면 개별 경고음을 내보내기도 했다.
차량에 내장된 센서와 카메라가 운전자 상태를 파악해 경고하는 ‘레디 케어’ 기술도 전시됐다. 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운전자의 눈동자, 머리 각도, 호흡, 심박수 등을 모니터링해 상태가 정상인지 분석한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스피커에서는 경고음이 나오고, 좌석에 내장된 진동 센서가 작동한다. 이후 하만의 감성지능 AI 시스템 ‘루나’가 “커피숍으로 모실까요” 등 현 상황에서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만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음주·마약 여부 등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이날 전시된 하만 차량에는 좌석별로 헤드레스트, 시트 하부 등에 강력한 스피커와 우퍼가 설치됐다. 하만카돈 앱을 이용하면 이 스피커 환경을 개별적으로 설정해 탑승자들 모두가 개인화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 증강현실 기반 헤드업 디스플레이 ‘레디 비전 큐부’는 5K 해상도의 밝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했고, 클러스터에 삽입된 화면에는 HRD10+ 화질의 ‘레디 디스플레이’ 신제품이 탑재됐다.
윤준오 삼성전자 하만협력팀장 부사장은 “글로벌 전장 업체가 AI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사례는 하만이 유일하다”며 “두 회사 간 시너지가 어떤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하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